열왕기상 19장 4절-5절
4절-자기 자신은 광야로 들어가 하룻길쯤 가서 한 로뎀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가 죽기를 원하여 이르되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 보다 낫지 못하나이다
5절-로뎀 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엘리야는 이 전에 갈멜산에서 엄청난 기적을 행하고 승리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세벨이 엘리야를 죽이려고 하자 엘리야는 도망을 하게 되고 광야로 들어가게 된다.
하나님의 능력을 행한 그가 죽음의 두려움에 사로잡혀 우울감에 빠져있다.
얼마나 우울한지 죽기를 원하고 있다. 이 정도면 넉넉하오니 그냥 죽여주세요~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또한 열등감에도 빠져 있다. 나는 조상들보다 못하다고 자기를 비하한다.
왜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일까?
당시 최고의 선지자로 기도의 능력을 통해 3년 이상 비가 내리지 않게도 하고 또다시 기도해서 비를 내리게도 했던 사람이었다. 바알 선지자들과 대결해서 여호와만이 하나님임을 증명하기도 했는데 탁월한 능력자 선지자라 할지라도 연약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보다.
이렇게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져 잠만 청하는 엘리야에게 천사는 나타나서 이렇게 말한다.
"일어나서 먹어라"
그리고 중요한 구절은 그 앞에 있다. 5절 말씀에 보면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라고 되어 있다.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가장 좋은 처방전은 어루만져 주는 것이다.
사람이 너무 우울하면 잠을 통해 모든 것을 잊고자 한다. 엘리야는 죽여달라고 할 만큼 배고픔도 느끼지 않았고 낙심과 열등감이 가득하였다. 그리고 엘리야는 혼자였다. 그는 외로웠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 어루만져준다. 위로의 접촉은 천 마디 말보다 가치가 있다. 또한 신체적 허기를 채워주면 마음도 채워지게 된다. 예전의 나의 친한 친구 한 명은 제 때에 밥을 먹지 않으면 짜증을 내곤 하였다. 그래서 늘 식사 시간을 잘 지켜 주었다. '힘이 빠진다' 는 것의 의미에는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마음을 위로받고 배를 불린 엘리야는 잠을 청하고 여호와의 천사가 또 와서 어루만져 준다.
"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반복적인 위안을 받은 그의 두 번째의 잠은 평안하고 깊은 잠이었을 것이다. 이런 잠은 영육을 회복시킨다.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로 영육 간에 강건함을 얻은 엘리야는 사십 주야를 걸어 호렙산(하나님의 산)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19장 8절)
천사는 우울감에 빠진 엘리야에게 어떤 비전도 주지 않았고 큰 일을 행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어루만져주고 먹을 것을 주었을 뿐이다. 우울한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소 감정의 기복이 없는 사람을 가끔 보는데 우울해하지 않는 사람은 크게 기뻐하는 모습도 볼 수 없었다. 많이 기뻐하는 사람은 우울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우울한 일들이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엘리야처럼 죽는 것이 낫겠다는 심정으로 두려움과 외로움의 고통에 처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우울감은 인간이 만든 감정이 아니다. 희로애락 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의 감정들은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울증에 걸리면 우리가 늘 습관처럼 하던 사소한 것들을 못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먹는 '먹는 일'과 '자는 일' 같은 것들이다.
나의 친정어머니는 올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해하더니 밥맛이 없어져서 살이 10킬로나 빠져버렸다. 그리고 밤에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랬더니 몸에 갖가지 병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옛 말에도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삼일만 굶어도 살이 쪽쪽 빠지고 몸에 기력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우울할 때 '우울함'그것에 집중하기보다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우울할 때 그것을 극복하려고 무엇인가를 의식적으로 하려고 하면 더 심각해진다고 한다. 다만 골방에 들어가 하나님께 엘리야처럼 기도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천사를 보내셔서 어루만져 주실 것이다.
하나님의 위로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산에 다다를 만큼의 정신적 위로와 육체적 양식의 공급까지 주어진다.
그렇게 힘을 얻고 호렙산에 도착한 엘리야는 어떻게 될까?
19장 9절
엘리야가 그곳 굴에 들어가 거기서 머물더니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아 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천사의 위로를 받은 엘리야는 호렙산에 도착 후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된다. 엘리야가 거쳐가는 이런 여정이
크리스천들이 거쳐가야 할 여정처럼 느껴진다.
은혜를 경험 후 기쁨에 넘치지만 세상 속에서 걱정과 두려움에 빠지고 또 우울함에 처한다. 그리고 죽는 것이 훨씬 낫겠다고 골방에 들어가 하나님께 기도하며 힘들어한다. 그때 하나님께서 영육 간에 강건함을 주시고 하나님께 가까이 가도록 이끄신다. 그리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한다.
나는 엘리야가 걸었던 이 삶의 여정들 속에 어디쯤 있은 것일까?
하루하루 삶을 살아갈 때 만나게 되는 우울함이라는 감정도 결국은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하나의 관문이라 생각하고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자고 일어나고 먹자. 그러면 그 작은 일상들 속에서도 하나님의 위로를 언제 어떻게 받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