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마트에 양배추를 사러 갔다 오는 길에 새로 생긴 커피숍을 본다.
예전에는 서점이었으나 인터넷 서점의 인기로 문을 닫고 맥주집으로 바뀌는가 싶더니 오늘은 커피가게로 변신한 모습이다.
선명한 노란색이 큰길에서부터 눈에 띄게 활기차게 보이며 이미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일요일이라 그런지 젊은 학생들이 대다수다.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의 목소리 톤은 경쾌하기만 하고.
마침 걸어왔기에 목이 말라 시원한 꿀 커피를 주문했다. 가격이 여느 커피숍보다 싸다. 요즘 유행하는 저가 커피숍인 듯.
우리 동네는 10년 동안 꾸준히 커피숍이 생겨나고 있고 또 불황을 모르는 듯하다.
요즘 사람들에게 식사 후 커피는 당연한 절차가 되었다. 그러니 낮이든 저녁이든 식당에서 밥을 먹은 후 커피숍에 들러 소화를 시키고 돌아들 간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지인들과의 만남 장소도 커피숍이고 기분이 우울해도 커피숍에 들러 진한 커피를 마시고, 올여름처럼 무더울 때도 시원한 그곳으로 갔다.
이 동네서 내가 잘 가는 커피숍은 따로 있다.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판다. 케냐 원두 100그램. 에티오피아 원두 100그램을 사고 엘살바도르 액상커피도 추석 할인이라 해서 한 병 샀다.
이 집의 매력은 맛있는 커피와 케이크와 쿠키다. 특히 원두커피와 블루베리 케이크가 최고다.
서울에 갈 때마다 여러 커피숍에 들르지만 이 집만큼 맛난 집은 가보지 못했다. 아직은.
실내는 좁다. 그러나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커피맛을 느낄 수 있고 다른 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곳이라 그런지 단골들이 꽤 되는 듯 늘 적당히 북적댄다.
커피숍 폭발 시대에 이 커피숍만은 오로지 살아남을 것만 같은 맛과 개성이 특별한 곳이다.
2년 전에는 정말 아름다운 색깔을 뿜어내는 커피숍이 나타났다. 우리 동네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커피숍이다.
지금은 간판과 건물 색이 바래어 보랏빛으로 보이지만 처음에는 그리스 산토리니의 바다 빛깔처럼 고왔다.
특히 녹차라테가 유별나게 맛났었고 주인의 센스가 돋보였던 곳이다.
자주 가는 사람을 눈으로 익힌 후 쿠키 같은 것들을 덤으로 주곤 했다. 가끔은 아주 잘생긴 개가 주인 옆에 앉아있기도 했다.
딸의 말로는 처음의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계속했었어야 했는데 중간에 아르바이트 학생으로 대체되면서 커피맛과 라테 맛이 떨어졌다고 평했다. 나는 그 정도의 미각은 아니라서.
이 커피숍 앞길 좌우를 조금 더 걸어가면 *다방. 호두**커피숍. 엔젤***. **베네가 계속 이어진다.
물론 여기 언급하지 않은 커피숍도 여럿 있다.
내가 여기서 언급한 커피숍만 해도 스무 곳에 가까우니 다 합하면 한 동네에 엄청난 숫자다.
예쁘게 인테리어를 하고 다양한 간판을 한 커피점들이 거리마다 생겨나면서 동네가 예뻐지는 듯하다. 굳이 먼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여기저기 다양한 맛을 즐기며 편하게 담소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 또 거리마다 빵 냄새와 원두 냄새가 넘쳐나는 저녁의 분위기가 마음을 한껏 부풀린다.
지루한 일상에
가끔은 비싼 커피에 케이크를 한 입 떠서 누리는 호사를 즐기는 이 시대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