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거움

by 미셸 오

:며칠 전에 우리 교회 전도사님이 교회를 그만두었다.


오랜 시간 교회의 성도들을 관심 있게 찾아봐주고 진심으로 걱정하며 기도해주는던 분인데

그분이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서운했다. 특히 나는 그분이 교회를 그만두기 3일 전에 소식을 들어서 더욱 어리둥절했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별로 놀라지도 않는 거 같다."

라는 말을 하였을 때 무척 의아했다.

그동안 내 얼굴의 근육이 굳어버린 걸까. 아니면 나름 내 안의 감정들이 통제가 되고 있다는 것일까.

언제나 얼굴에 내면의 감정들이 잘 드러나서 솔직히 손해 보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러나 나는

"난 내 안의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아."라고 좀 뻥을 쳤다.

그런데 상대방은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어머 좋겠다. 나는 감정을 속이지 못해 다 드러나는데.."

마치 얼굴에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결점이라도 되는 양.

속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기만 한건 아닌데 말이다.

솔직함이 얼굴에 나타나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상황에 따라 다를 뿐. 정든 누군가가 떠난다고 할 때 아쉬운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왜 나는 그때 얼굴에 그 마음이 나타나지 않았던 걸까.

가끔은 이렇게 마음속과 얼굴 표정에 신호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있다.


도시에서 살아갈 때.

특히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무표정한 가면을 쓰는 것이야 말로 자신을 완전 무장하는 방법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한 그 속에서 기분 좋다고 웃어도 슬프다고 울어도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 뻔하니까 말이다.

어디에다 시선을 둘 곳이 없어 어색했던 모든 사람들에게 휴대폰이 주어진 것은 어쩌면 축복인지도 모른다.

서로 눈이 마주쳐도 영혼 없는 척 안 보이는 척 하기란 훈련된 도시인 라 해도 힘들기 때문이다.



:2주 전, 지하철을 탔을 때의 일이다.

사람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서서 손잡이를 잡고 어둠 속을 빠르게 스치는 지하도 벽과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나의 얼굴과 많은 사람들의 실루엣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이 든 노인들과 중년층들은 눈을 감거나 무심하게 시선을 앞에 두고 지하철의 덜컹거림에 귀를 기울이였다.

그러나 학생들과 젊은 사람들은 서서 있든 앉아 있든 누구 할 것 없이 휴대폰에 눈을 박고 있었다.

아~눈의 피곤함이여.

지하철 내부 광고판의 거의 대부분이 안과병원 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것과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현상을 느끼기도 하고.


잠깐 딴생각을 했었나 보다.

다음 정거장이 어디라고 방송이 나온 듯한데 잘 못 들어서 옆에 서서 휴대폰을 보던 딸에게

"다음 어디라고 하데?"

라고 물었다.

"응? 아직 우리 내릴 차례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 내 앞 의자에 앉아 있던 검은색 잠바에 등산모를 쓴 중년의 남자가 갑자기

"다음은 **역이라요."

라고 느닷없이 끼어드는 것이다. 인자한 미소와 함께.

"아.. 네.."

고마워서 웃으며 받아주었더니 이 사람이 계속 말을 붙인다. 그래서 세 번째 엉뚱한 말까지 반복할 때는 더 이상 말을 받아주면 안 되겠다는 부담이 생겨 외면하여 버렸다.

그 사람도 나쁜 사람이 아니고 나도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사회적 가면을 써야 할 자리에 갑자기 가면을 벗고 친근하게 다가서면 가면을 벗고 싶지 않은 사람은 외면하거나 도망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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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일도 있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서 생리대 코너를 돌 때

딸애가 이것저것 생리대 (생리대의 종류가 요즘 무척 다양해졌다.)를 잔뜩 집어 올리는 것이다. 물론 계산은 내가 해야 한다. 그래서 딸애가 나와 같이 온 김에 미리 많이 사두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를 던졌다.

"너 내가 돈 낸다고 마구 집어 올리는 거 아냐?"

그때였다. 옆에서 양 손을 앞에 공손하게 대고 손님들을 지켜보던 중년의 여 직원이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어머 죄송합니다. 사모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빵 터졌어요."

여자는 순간 자신의 입을 손으로 황급히 막으며 연신 미안하다고 말했는데 사실 나도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다.

손님을 대하느라 무표정하게 얼굴을 꾸미고 있던 한 여직원과 무심히 쇼핑하던 손님이 한 방에 무너지자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지는 맛이 있었고 쇼핑이 경쾌해 짐을 느꼈다.

누군가가

사람의 심장은 육체 안에서 타오르는 불덩이라고 표현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불덩이가 인간의 가면을 구워내며 평생을 살아가고 또 삶의 에너지를 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면은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필요 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삭막하게 느껴지는 사회 속에서 너도 나도 다들 가면을 쓰기는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나를 위한 너를 위한

것이기도 하고

그 가면 안에 숨겨진 모든 이들의 삶에 대한 뜨거움을 들여다본다면 더욱 따스하고 능동적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뜨거운 심장으로 타오르는 내면을 가진 가면이 아닌 차가운 심장을 감춘 생명 없는 철가면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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