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도깨비> 드라마를 한 번 보려고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였을 때 좀 건성건성 보았다.
저승사자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인물을 긍정적으로 아름답게 미화시킨다는 점이 좀 꺼려졌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 합리화에 능하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뭐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까지.라고 생각하게 된 건.
한적한 길 위에서 악당들에게 잡혀가는 여주인공이 탄 차를 반토막 내던 순간부터다.
:안개 낀 어둠 속을 걸어오던 멋진 실루엣의 두 남자.
(그래서 그런가 이번 10회에서 파 봉지를 들고 걸어오는 두 남자의 실루엣 2탄이 나와 빵 터졌다)
한국판 영웅 판타지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
통쾌 상쾌하였다.
어려서부터 보던 슈퍼맨. 스파이더맨. 600만 불의 사나이보다 훨씬 멋지지 않은가.
저승사자를. 도깨비를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도 좋았다.
그러나 한국적 영웅에 도깨비만 한 이름이 있을까.
어쨌든 영웅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야 하고 또 슈퍼맨처럼 빠른 속도로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고 잘생겨야 한다.
아마도 추측건대 작가는 할리우드의 닳고 닳은 영웅에 능가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영웅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드라마에 빠져들게 하려면 연기자가 역할을 얼마나 자기 것처럼 만드느냐에 달린 것인데
유머러스하고 또 재치 있고 잘 삐치는 면에서는 공유가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하는 것 같고
그보다 더 끌리는 것은 저승사자의 이미지를 너무 좋게 만들어 버리는 배우 이동욱의 귀여움이다.
상대배우로부터 "귀여워~"라고 찬사를 듣는 그로부터 귀여움이 터지는 것은 인정.
어떤 분도 언급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동욱의 두 겹 쌍꺼풀이 주는 순진하고 어수룩한 이미지가 참 귀엽다.
<도깨비 드라마 2회 화면 캡처>
:내 또래의 분들은 다들 보았을 것이다.
그 옛날의 드라마. <전설의 고향>을.
산에서 기분 나쁜 여우 울음소리가 들릴 때 죽은 자 앞에 나타난 검고 푸르뎅뎅한 피부의 못생기고 괴기한 저승사자. 게다가 옷맵시는 꽝이다. 검은색 중에서도 가장 기분 나쁜 검은색의 옷을 길게 끌며 입고는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강을 조용히 건넌다.
이런 저승사자만을 보던 우리는 저승사자라고 하면 정말 기분이 더럽다 못해 으스스하기만 한 것이다.
:또 하나.
저승사자가 잘생겼다고 말해주었던 한 사람이 기억이 난다.
그 여자는 나의 대학 선배였는데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늘씬한 몸매의 미인이었다.
선배 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에 갔다가 아이보리 색 정장을 입고 앉아있던 그 여인을 처음 마주하였다.
그때 우리 아이가 천식이 심해서 약을 달고 살았고 또 약국에 거의 며칠 사이로 드나들었던 때여서 결혼생활이 아픈 아이로 인해 점차 피폐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날도 약국 문을 들어서면서
" 선배님 이 약이 잘 안 들어요. "
라며 좀 짜증을 내었던 것 같다.
우리 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그 여자가 다시 약을 처방받고 돌아서 가는 나를 불러 세웠다.
"생일 한 번 불러보세요."
그렇게 해서 그 여자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는데 그때는 교회를 다니기 전이었고 또 무신론자였던 나는 그저 재미로 사주를 보았을 뿐이었다. 게다가 학교 선배라고 하니 의심을 품지도 않고 생일을 선뜻 불러주었다.
어려서부터 점을 보던 사람들은 자신이 원해서 되는 것이 아님을 들어 알고 있었고 또 아니나 다를까
너무 몸이 아파서 할 수 없이 신을 받았다는 그녀를 불쌍하게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신이 무척 아팠던 날들에 자신을 찾아왔던 저승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것이니.
그 이야기를 적자면 대충 이렇다.
어느 날.
시장에서 문 앞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담아둔 통을 덮을 천을 빨간색으로 사서 덮었다.
하필이면 그날 저녁 어스름이 질 때 저승사자가 찾아왔는데 문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더라.
나중에 생각하여 보니 자신이 사다 덮은 빨간색 천 때문임을 알게 되고.
이튿날도 저승사자가 찾아와 겁이 잔뜩 난 그녀는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간다. 그러자 그 점쟁이가
3일째 되던 날 집에 와서 같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이 되고 저승사자가 문밖에 서 있었다.
순간 기도를 하던 여자 점쟁이에게서 아주 늙은 노승이 나타나더니 그 저승사자에게로 가서는 들고 있던 목탁으로 저승사자의 얼굴을 쳤다. 그때 저승사자의 얼굴에서 가면에 벗겨지고 그 안에 아주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처음 보았지. 아마 이 세상에 그렇게 잘생긴 남자는 없을걸."
그 후 저승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믿거나 말거나이다.
얼마 되지 않아 그 선배 여인과는 소식이 끊겼지만. 뭔가 이생의 너머에 있을 존재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였던 것 같다.
:아주 잘생기고 착한 이동욱 역의 저승사자를 보면서
이 글을 쓴 작가도 나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대가 흐르면서 음침하고 무서웠던 존재들이 밝은 빛 바깥으로 나와서 어둠이 빛 안에서 그 음습함을 잃고
빛나는 존재가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도깨비가 요술 방망이를 들고 나타나 "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하며 힘든 경제적 현실을 순간 풍족하게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자기만의 욕심만을 채우던 사람들에게 혹을 하나 더 얹어 주며 벌을 내리던 것처럼 벌을 내려주기도 하였으면 좋겠다 싶기도 하고.
비현실적인 인물들의 현실적인 면들을 보면서
악당들을 때려 부수는 공유 역의 도깨비도 그렇고.
삶을 마감한 사람들이 기억을 잊게 하는 차를 마시기 전
"내가 이러려고 박사학위 따려고 열심히 공부했나." 하는 망자의 탄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한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이제 우리도 미국의 영웅에서 벗어나 한국적 영웅을 만나게 되었다는 바로 그것이다.
<도깨비 드라마 10회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