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발자국

by 미셸 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 것 같다.

내가 사는 곳은 바다가 있고 또 눈을 보기가 쉽지 않은 곳인데

지리산에 갔다 온 지인이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 사진을 보내준다.


새가 걸어간 발자국


새들도 흰 눈이 내리면 그 하얀 도화지 같고 목화 솜같은 눈 위를 걷고 싶은가 보다.

발자국을 내며. 작은 몸을 뒤뚱이고 걸어갔을 새 한 마리가 떠오른다.

겨울 산속에.

새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며 걸었을까.

어린 시절,

아침에 눈을 뜨면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버린 날.

눈 위에 발자국을 무수히 남기며 걸었던 그때가 생각난다.

숲 속의 작은 새도.

눈 위를 걸으며

뽀드득뽀드득 자신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을까.


하얀 소금밭 같은 길 위에 잠시 날개를 접고 하얀 세상 속을 걸어갔던 새처럼 지친 날개를 접고 희디흰 공간에서

잠시 생각에 젖어볼 수 있었다면 다가올 봄을 더 기대하게 되지 않았을까.


눈으로 덮인 숲


저 멀리 나무들 사이사이로 계속 걸어가면 눈의 왕국이 있을 것만 같다.

새는 그렇게 요리조리 자신의 발자국으로 흔적을 낸 후 저 하얀 숲 속으로 후드득 날아갔을 것이다.


에서 바라본 하늘


그때

하늘은

눈을 가득 쌓아놓은 창고문을 다시 열고 깊은 밤 내내 눈을 펑펑 내릴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테지.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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