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전화를 받았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같은 교회에 다니는 모 집사님이 식사에 초대를 한 것이다.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 손대접을 잘 하는 집사님으로 유명한데
올해도 친척들의 방문이 많은 큰집답게 많은 음식을 장만하였을 것이다.
이 집사님 댁에 초대를 받으면 허리띠를 끄를 준비를 해야 할 만큼 푸짐하게 대접하기로 유명하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 집사님 주방에 예쁜 그릇들이 더 많아졌다.
정유년이라고 닭 세 마리가 주방 구석에 자리 잡은 것이 앙증맞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예쁜 그릇들을 보니 탄성이 나온다.
오오~이런 예쁜 그릇을 사용하면 주방에서 일할 맛이 나겠다.
안주인은 우리에게 붉은 찰밥에 나물을 주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지 못하였다.
나물밥을 먹은 후에 아메리카노 한 잔씩 먹었다.
역시 예쁜 꽃무늬 커피잔에.
음식 앞에 사람들은 마음의 문이 망설임 없이 열리는 것 같다.
배부른 식사 후에 쌉싸름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입에 머금노라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간다.
음식이 아름다운 그릇들에게 적절하게 안기어 온다.
그러니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다.
생율은 아삭하고 달았다. 직접 만들었다는 대추도. 반건시도 질척하니 달큼 달큼 자꾸 당기는 맛이었다.
과일이며 커피며 이야기와 함께 술술 잘도 넘어가는데 주인이 또 다른 차를 내어온다.
필리핀에서 가져온 차라는데. 무슨 차인지는 모르겠다.
차가 바뀌니 찻잔도 바뀐다.
그릇 바뀌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에 나도 예쁜 그릇에 빠져서 돈만 생기면 그릇들을 사곤 했었다. 그런데 그것들도 유행을 타는지 자꾸 더 예쁜 그릇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차와 함께 새로 나온 과자들.
이제 서서히 배가 불러온다.
"며칠 전에 **동에서 부부싸움하다가 여자가 뛰어내렸다면서요?"
"네?"
다들 화들짝 놀란다.
부부싸움 끝에 여자가 아파트 아래로 뛰어내렸는데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고 한다. 떨어지면서 아래층 난간에 몇 번을 부딪히며 떨어진 덕이란다.
동네가 작다 보니 여기저기 벌써 소문이 나서 누구누구 엄마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명절 전.
우리 동 아파트 아래층에서도 부부싸움을 하는지 그릇이 깨지고 물건이 탕탕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었다.
아기가 있으니 벨을 누르지 말아달라고 대문에다 큼지막하니 글을 써 붙여논 집이었다.
명절에 가족끼리 즐겁게 지내야 하는 것인데 이맘때면 부부의 갈등이 이런저런 이유로 심해지는 듯하다.
주인이 이번에는 에스프레소 한 잔씩을 건넨다.
좀 진한 느낌이다.
주인이 중간중간 내어오는 차와 음식을 따라 우리들의 이야기는 더 깊어지고 친근해진다.
"우리 식혜 한 잔씩 더할까?"
주인은 또 일어선다.
"아니요. 이젠 그만요. 배가 너무 불러 못 먹겠어요."
우리는 손을 내저으며 말렸다.
그래도 주인은 또 식혜를 다른 잔에 담아 식탁에 올린다.
우리는 배부르다고 하면서도 식혜를 또 마셨다.
"아! 맛나다~"
집에서 만들어서 달지 않아 좋았다.
다들 밥알까지 스푼으로 다 긁어 먹는다. 배부르다더니.
명절 전부터 음식을 준비하고 또 명절에 친척들을 다 대접하고 보낸 후
한가롭게 맞이하는 이웃끼리의 뒤풀이.
이웃에 사는 집사님의 따스한 배려로 우리는 오전부터 낮까지 맛있는 밥 한 상과 여러 가지 음식과 차로 입맛은 물론 마음까지 충족하였다.
항상.
먹는 것을 나누는 집사님께 축복이 있기를 빌며 현관을 나섰다.
글을 쓰는 지금도 배가 무척 부르다.
대접을 받는 것도 감사하지만 대접할 수 있는 그것이 더 감사한 것이 아닐까.
나도 대접받기보다는 대접하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