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미용실이 개업을 하였다.
젊은 부부가 같이 하는가 보다.
남자가 전문가인 듯 가게를 들어서는 나에게
"어떤 머리를 하고 싶으세요?" 라며 산뜻하게 묻는다.
오랫만에 짧은 시간에 머리손질이 끝났다.
첫 미용실의 인상을 고려한 주인의 태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가격도 그렇고 장삿속이 아니라 솔직하게 대하는 것 같아 좋았다. 그리고 가격 대비 머리 모양도 괜찮게 나왔다고 생각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미용실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은
나이가 듦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가는 얼굴에 맞게 머리를 알아서 해주는 미용사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내 나이에 맞는 머리는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풍성한 머리 모양이다.
보통 자신 만만한 미용사에게는 알아서 해달라고 맡기는 편이었는데 완성된 머리의 모습은 영 아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늘 해오던 짧은 생머리를 고집하는데 이제 점점 생머리도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단발머리가 잘 어울렸는데 이제는 그 머리를 하면 왠지 깡총하게 짧아 보이고 촌스럽게 보인다. 그래서 단발도 컷도 아닌 어정쩡한 머리를 한껏 부풀리게 된다. 머리가 숱이 없어 처지면 나이 들어 보이고 또 경쾌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시간을 공들여 한 파마는 한 달이 지나면서 길어지고 쳐지기 시작한다. 파마 효력이 길어야 두어 달이다.
나와 같은 나이에서도 긴 생머리를 유지하는 여자들을 보면 젊었을 때 너무 자주 미용실을 찾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를 한다.
그러나 나의 검고 숱 많은 머리가 한없이 빠지기 시작한 데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출산을 앞둔 일주일 전.
나는 정리가 안 되는 긴 머리를 싹둑 자르기만 했으면 되는데 파마를 하고야 말았다.
그것도 엄청난 파마 기구를 머리에 짊어져야 하는 일명 '나이아가라 파마'였다.
파마용 집게는 색색의 플라스틱으로 큰 조개껍질 같았고 그것들이 내 긴 머리를 집을 때마다 머리통은 큰 수박 한 덩이를 올린 것처럼 무거워져 나중에는 목에 힘을 주지 않으면 머리가 이리저리 꺾일정도가 되었다.
그 무거운 것을 이고 두 시간을 견딘 후 머리칼에 달라붙은 수많은 조개껍질을 다 벗겨냈을 때는 목 위에 큰 납덩이가 떨어져 나간 듯 가벼워 졌고 머리칼은 나이아가라 폭포수처럼 구불구불하였다.
그러나 차분하게 물결칠 줄 알았던 머리는 빗자루 같이 직선으로 뻗치어서 머리 꼭대기부터 피라미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에 상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머리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머리칼은 시간이 흐르면 자라고 다시 원래대로 복구되는 것이니까 다행이지만.
임신한 몸으로 머리끄덩이를 세게 잡아당긴 후유증이 너무 커서였던지 출산 후부터 머리카락이 숭덩숭덩 빠져서 그 숱 많던 머리카락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말았다.
그렇다면 그때라도 정신을 차리고 머리 손상이 더 이상 없도록 조심했어야 하는데 후에도 숱하게 미용실을 들락거린 탓으로 머리는 점점 윤기를 잃고 스스로의 면역력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미용사의 도움 없이는 머리가 스스로 일어서지 않는다. 슬프게도.
요즘
커피숍만큼이나 많아진 미용실들을 보면서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의 외모를 더 아름답게 가꾸어 주는 것도 그들이지만.
머리의 생명력을 앗아가는데 그들도 한몫하였음은 부정하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