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우

by 미셸 오
3월의

첫날에는 봄비가 내렸다.
저녁부터 천둥이 치더니 빗물이 창틀에 콩 볶는 소리를 냈다.

어느새 다시 봄이다.

세월이 돌고 돈다는 느낌을 받는다. 떠났던 봄이 다시 돌아온 느낌이다.

내내 여름인 나라나 겨울인 나라들은 세월을 우리처럼 원형으로 인식하지 않고 직선으로 인식할까.


요즘 재래시장에 가면 봄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쑥. 봄동. 취나물. 방풍. 깻잎 등.

바다에서도 봄을 맞아 납세미가 알을 가득 품은 체 어시장에 널렸고, 바다 해조류인 몸이 많이 나왔다.

특히 몸은 지금 제철이라 하여 사가지고 와서 젓갈에 무쳤더니 너무 맛이 나는 것이다.

처음 느껴보는 맛이었다!

엄마는 오래도록 살림을 해왔던 내공이 시장에 가면 펼쳐진다.

특히 제철음식이 나올 때를 알아서 어느 때 어느 것을 사야 맛이 있는 것인지를 알고 물건을 사는 것이다.

생선도 제철이 있고 해조류는 제철이 있고 나물도 제철이 있다는 것을 엄마를 따라다니며 알게 되었다.


한 달 전에는 알을 잔뜩 품은 납세미를 사 와서 솥에서 쪄냈다.


"알을 낳고 나면 납세미는 맛이 없어져"

엄마는 말했다.


그러나 나는

"이 알을 낳았으면 고기가 얼마나 생산되었겠어... 잡지 말지... 알 품을 것을 잡으면 어떡해. 해양자원이 다 없어지겠구먼."

이라고 말은 했지만 고기와 주황빛 알의 맛을 보고는 그 말이 쑥 들어가 버렸다.



오늘 샀던 해초 몸도 매번 식탁에 놓였어도 먹어 보진 않았었다.

미역도 좋아하지 않는 내가 그 질긴 고무 같아보이는 것이 맛을 내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저렇게 맛도 없게 생긴 것을 왜 살까'라고 생각을 하였고

늘 엄마가 즐기는 미역이나 파래 같은 것 정도로만 여겼다

그러나

그 몰을 깨끗하게 씻어낸 후 서너번 칼질을 하고 멸치 젓갈에 깨소금만 넣어 무쳐내었는데


"음~정말 맛있어~"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만큼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었다. 같은 바닷물 속에서 미역과는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자연의 신비에 거듭 감탄할 뿐.


양념을 묻힌 듯 만 듯한 깻잎 반찬은 향긋해서 좋았고. 방풍나물은 뜨거운 물에 데쳐낸 것을 조선간장에 참기름을 둘러 무쳐내자 쌉싸름한 약초 냄새가 다.

그리고 냉이와 취나물까지.

한껏 가득해진 식탁의 봄맛에 취해 즐겁고 건강해진 밥상이었다.


3월에 봄비가 내린 후

여기저기 봄의 기운이 슬슬 생동한다.

그것은 새 생명을 주는 생명의 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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