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구가 호박 고구마를 보내 주어서 일 주일 간식거리로 이만한 게 없다 싶을 만큼 맛나게 먹었다.
그녀의 남편이 남해서 고구마 농사를 짓는데 작년에 팔다가 저장해 둔 마지막 것이라 하였다.
고구마에 심이 있기는 했으나 오븐에 구워져 나올 때 노란 엿가락 같은 진이 흘러나오는 달디 단 고구마였다.
호박 고구마는 잘 구운 후 서늘한 곳에 두면 점점 쪼그라들면서 맛이 더 달아지는 매력이 있다.
오늘은
밤고구마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마트에 들렀더니 해남 땅끝 고구마를 작은 박스 한 개당 오천 원에 팔고 있어서 두 박스를 사 와서 구웠다.
예상했던 군고구마 맛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끝물인 고구마치곤 괜찮다고 여겼다.
밤 고구마라고 하면 적당히 포슬포슬한 것을 생각하게 마련인데 몇 년 전에 정말 밤의 속살보다 더 부드러운 고구마를 맛본 적이 있다.
통통하면서도 늘씬하니 길고 민첩한 것이 색도 유난히 붉고 선명했다.
오븐에 구워져 나온 그 고구마의 껍질에서는 윤이 오르고 구워진 모양이 다른 고구마와 확연히 달랐다.
익은 고구마 살갗이 눈같이 하얗고 포슬포슬한 데다가 붉은 껍질이 저절로 벌어져 고구마 하얀 속이 벌어진 껍질 밖으로 툭툭 튀어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 고구마를 반으로 갈랐을 때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잘린 고구마 면면이 정말 잘 익은 밤의 속살처럼 입안에서 포근한 것이 달고 고소했다.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강렬한 첫 만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고구마를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 맛난 밤고구마를 팔던 가게의 아저씨가 돌아가신 후부터 고구마 장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애초에 고구마 산지를 물어보는 것인데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고구마가 없을 때는 빵을 사다 두고 먹지만 빵은 오래 두면 상하고 가격도 고구마에 비해 세다.
설탕을 많이 쓰고 밀가루로 된 빵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 하지만은 고구마는 그렇지 않다.
예전에 내가 일하던 학원 앞 거리에서는 겨울이면 장사꾼들이 나와 리어카에서 고구마를 구워 팔았다.
그때
삼천 원. 오천 원어치씩 종이 봉지에 담아 가슴에 품으면 얼마나 가슴이 따뜻하고 행복한지 몰랐다.
적당히 탄 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그 노랗고 뜨거운 고구마를 한 입 베어 물 때
추웠던 몸도 마음도 녹아졌는데 말이다.
오븐에 고구마를 구워낼 때
집안 가득 피어나는 군고구마 냄새에 도깨비침이 고이고
고구마에 젓가락을 찔러보아 쑥 들어가는 것들로 골라 쟁반에 놓고 그것들을 앞에 두고 가족끼리
잠시 행복하였다.
그리고 언제고 그 맛난 밤고구마를 한 번 더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