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걷다 보면 환하게 불을 켜 놓은 가로등 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 하얀 꽃길이 길가를 따뜻하게 하고 또 보는 이를 들뜨게 한다.
연분홍 솜사탕 같은 벚꽃길이 저 멀리 오르막길 까지 펼쳐져 있다.
길을 걷다가 잠시 멈춰 서서 계속 바라본다. 잠시 후
조용하던 길에 초등학교 아이들이 하나 둘 나오는가 싶더니 근처 문구점이 아이들로 만원이다.
서로 먼저 계산을 하려 하고 또 과자를 사려는 아이들이 밀고 밀리고 한다.
나도 입에 달콤한 사탕을 사려고 안으로 들어선다.
"아이고야 오늘은 무슨 일이고? 야들아 좀 기다려 봐라~얼마고 보자~"
주인아주머니는 갑자기 오늘따라 아이들이 많다며 정신없어한다.
아이들도 벚꽃에 취했나?
손안에 과자외 먹을 것들을 가득 사 들고 문구점을 나서는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
벚꽃에 감동한 나도 사탕을 어제보다 더 많이 샀다.
오늘 수업시간에 말을 잘 듣는 아이들에게 줄 생각이다.
아이들은 공부에 싫증을 내다가도, 옆 친구와 싸워 삐졌다가도 사탕 한 개에 마음을 잡는다.
초등학교 근교의 벚꽃 나무 앞 문구점에는 츄파춥스 사탕과 맥주 사탕(맥주 모양임)을 판다.
이 맥주 모양의 사탕이 탄산수 맛과 단 맛이 어울려 은근 당긴다.
아이들과 나눠 먹으려고 그 사탕을 열 개 혹은 스무 개씩 출근길에 사서 들고 간다.
어릴 적 학교 앞 문구점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홀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그때 그 마음으로 문구점에 들렀다가 학원으로 올라가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공부도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맛과 군것질하는 맛이 있는 곳이 학원인 듯.
학원에서 스스로 나서서 공부하려 하는 학생은 좀 드물게 마련이라
놀고 싶은 아이들을 잡아 가르치는 것이 학원 선생님의 역할이라면 역할이다.
그래서
수업태도가 좋은 학생. 말 잘 듣는 학생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고 목이 아플 때 나도 먹는다.
어제 문제집에 빨간 비가 많이 내리던 아이가 오늘 갑자기 빨간 동그라미가 많아지면 뭔가 선물을 주고 싶다.
"선생님 저 다 맞았죠?"
하며 좋아하면 같이 기쁘다.
인사도 없이 쌩~ 하고 지나치던 아이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 또 예뻐서 사탕 한 개가 주고 싶다.
그러나 이와 달리 사탕을 주지 않으면 아예 대놓고
"사탕 줘"
하면서 뻗대는 아이들도 있다. 그러면 나는 일부러 지지 않고 대꾸해준다.
"왜 선생님께 반말하니? 사탕 주세요 해봐~ 그러면 줄게."
"싫어~"
"그래~? 그러면 사탕 안 줘" 그리고는 문제집에 눈을 줘 버린다. 결국 참지 못한 아이가
"사탕 쭈세요."
라고 어색하게 존대를 하고 내게 사탕 한 개를 받아간다.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아이들이다.
예전에 초등학교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 수업 일주일은 몸살이 났다.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는 고등학생들은 육체적인 힘 외에 정신적인 힘이 많이 필요하다.
수업 전에 많이 준비해야 하고 실수하면 안 된다.
그러나 초등학생들은 육체적 힘이 더 필요함을 느꼈다.
아이들이 움직일 때 같이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쉴 새 없이 앉은자리를 뜨고 금방 옆 친구에게 지우개를 빌리고 과자를 나누다가 뒤돌아서면 또 싸운다.
어디 그뿐이랴.
공부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옆에서 서로 발차기를 하기도 한다. 장난인지 싸움인지 정말 헷갈린다.
그리고 몇 장 안 되는 문제집을 풀면서 수도 없이 선생님을 부른다.
금방 쓰던 연필도 심을 부러뜨려놓고 연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한 문제 가르쳐 주고 돌아서면
"이거 모르겠어요~"
하면서 귀가 따갑게 불러댄다.
열심히 한 장을 다 푸는가 싶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하기 싫어요~"
하면서 손에 쥔 연필을 느슨하게 쥐고 고개를 문제집에 박고 얼굴을 찌푸린다.
이때
사탕 한 개가 구세주다.
"자 이거 먹고 다시 해보자."
하면 정말 신기하게도 눈을 반짝이며 다시 공부에 열중한다. 물론 그렇게 오분 집중하면 다행이고.
다음은 초등학교 2학년 수업. 1학년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탕 주세요."
아이들은 이제 당당하게 사탕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탕 없는데~"
하고 주지 않는다.
그러면 더 대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몸을 좌우로 흔들어 대며 앙탈을 부린다.
"사탕~사타앙~"
"너 선생님한테 사탕 살 돈 줬어?"
그래도 모른 척 고집을 꺾지 않는다.
"사탕 줘~~"
"너 학교 선생님한테도 이렇게 반말해?" 엄한 표정으로 꾸짖고는 모른체 한다.
그제야 한풀 꺾인 아이는
"사탕주세요오~" 하며 말을 길게 끈다. 억지로 하는 존댓말이다.
그래도 사탕을 내어 준다.
2학년 아이들은 사탕을 먹을 때는 정말 수업을 잘 듣는다고 하면 좋겠지만 사탕은 그저 사탕일 뿐이다.
사탕이 입에서 다 녹는 순간
"나머지는 숙제로 해올게요~"
하면서 지 맘대로 페이지를 넘기고는 책을 덮는다.
헛웃음이 난다.
"안돼~."
하고 일어서려는 아이를 억지로 앉히면 이때부터가 완전 고역이다.
책상 위에 몸을 넙죽 엎드리고 연필로 책에 낙서를 마구 하고 답안의 글자도 크게 아무렇게나 쓴다.
"글자 똑바로 써. 자 이렇게"
결국 보다 못한 내가 아이의 손목을 쥐고 같이 글자를 쓴다.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학원에까지 와서 공부를 계속하니 하기 싫은 건 당연하다.
어쩔 땐 참 안됐다.
그러나 정말 보충을 받아야 할. 학습력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떨어져 진도가 느린 아이들이 제법 있다.
이런 아이들만 학원에서 가르치면 고루고루 같이 배우고 학교에서 열등감을 느끼지 않아 좋을 텐데.
학원에서도 성적이 나은 학생이 더 하려고 한다.
그렇게 초등학교 아이들과 씨름하듯 수업이 하나 둘 마쳐져 간다.
다행히도 하루의 마지막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 수업은 수월하다.
확실히 고학년의 맛이 난다.
물론 중학교에 가면 또 어린아이가 되겠지만.
지금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큰 언니 오빠들이라 어른스럽다.
시끄럽기도 하지만 선생님의 기분을 알고 말귀를 잘 알아듣는다.
게다가 자기들이 먹던 과자나 오징이 같은 것들을 내 입에 쑥 넣어주고 가고 내 등 뒤로 와서 어깨를 주물러 준다.
결린 어깨는 물론 마음도 시원해진다. 고맙게스리.
:학원 수업이 끝나고 저녁이 지는 길가에 섰다.
벚꽃은 낮보다 더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종일 아이들에게 시달려 어깨가 처지려고 한다. 그래도 벚꽃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다.
큰 길가 학원 바로 아래에 빈 트럭이 세워져 있고 학원 아이들 몇이 놀고 있었다.
트럭 위에도 2학년 단발머리 여자애가 올라앉아 있다.
그 옆을 그냥 스쳐간다.
그때였다
"안녕~"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 보니 트럭 위에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인사를 하고는 쑥쓰러운 듯 나를 보고 있다.
내가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던 듯.
그런 아이의 흐트러진 머리 위로 벚꽃이 풍성히 늘어져 있다.
갑자기 가슴이 환해왔다.
"그래 안녕~"
하며 뒤돌아 섰다.
아까 낮 수업 시간에 내게 반말을 하며 애를 먹였던 녀석이다.
'퇴근하는 선생님에게 인사는 할 줄 아는 녀석이네~ '하는 생각이 들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방긋 웃으며 학원을 뒤로하고 총총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