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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May 03. 2017

#많은 샘, 이른 비

시편84편  5절 -7절


5. 주께 힘을 얻고 그 마음에 시온의 대로가 있는 자는 복이 있나이다

6. 그들이 눈물 골짜기를 지나갈 때에 그곳에 많은 샘이 있을 것이며 이른 비가 복을 채워 주나이다.

7. 그들은 힘을 얻고 더 얻어 나아가 시온에서 하나님 앞에  각기 나타나리이다


며칠 전에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된 엄마를 보면서 화를 내며 원망했던 일이 생각난다.

전날부터 헛소리를 하고 기억을 못 하는 엄마가 치매에 걸린 것 같아 가슴이 철렁한 데다

아침 약을 먹지 않았는데 먹었다고 우기는 바람에 참고 참다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 가니 폐렴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계속 항생제를 먹어왔지만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상태라 폐에 염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폐렴에 걸리면 그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산소가 모자라 입술 색과 손톱 색이 까맣게 된 것을 보고도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모르고 병원으로 빨리 모시지 못한 것이다. 급히 산소 호흡기를 끼우고 주사를 맞는 동안 엄마의 손톱 색이 선홍색으로 살아났다.

 3일간 병실에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간병인이 있는 병실에 엄마를 입원시킨 후 이틀이 지나자 급한 위기는 넘긴 듯 보인다.

그러나 응급처치를 하고 입원 수속을 하고 입원실로 옮기고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내 손목시계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또 엄마의 안경을 손에 잡고 있다가 어딘가에 흘려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은 엄마의 안경을 못 찾으면 새로 맞추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혹시나 싶어

엄마가방을 뒤지다가 가방 속 지갑을 열어보고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언제나 지갑 구석구석 지폐를 숨겨두고 다니던 엄마의 지갑이었기에 적어도 십만 원 정도는 있을 줄 았았다.

그러나 웬걸.

지갑에는 빳빳한 천 원짜리가 그것도 몇 천 원씩 갈라져 곳곳에 끼워져 있는데 그 돈이 이만 원도 되지 않는 것이다. 오랜 시간 낫지 않는 병치레로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싫어서였던걸까.

몰래 숨겨두었던 돈을 조금씩 꺼내어 아버지에게 반찬값이라도 보태라고 주었던 것 같다.


 의사는 엄마의 상태가 아주 위중하다 하였다. 저 산소증으로 새벽에 숨이 멎을 수도 있다고 하였을 때도.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사인을 할 때도. 산소 호흡기를 달고 연명하지 않겠다는 것에 동의할 때도 나는 그저 덤덤하였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흐르자 그동안 엄마와의 시간들이 어떤 물건을 매개로 해서 툭툭 터지면서 그렇게 슬플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에 엄마가 돌아가시면 아마도 이런 기분이 깊어져 더더욱 슬플 것인데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아득하기만 하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 후 다음 날에는 교회 목사님께서 급히 병문안을 오셨다

산소 호흡기를 꽂고 힘없이 눈을 감은 엄마 곁으로 간 목사님은 엄마의 늘어진 한쪽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집사님~"

그러자 엄마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목사님~"

하면서 주삿바늘이 꽂힌 다른 손으로 목사님의 손등을 움켜잡는 것이다.

작년 까지만 해도 체중 68킬로의 건장했던 엄마가 1년 만에 40킬로도 되지 않는 나약하고  기력이 다한 육신이 되어 침상에 누워있음을 보니 인간의 육신이 참으로 연약을 다시 깨달았다.


목사님은 시편 54을 읽은 후 기도를 해 주셨다. 특히 4절을 강조하여 엄마에게 위로를 해 주셨다.


"하나님은 나를 돕는 이시며 주께서는 내 생명을 붙들어 주시는 이시니이다."


기도가 끝난 후

말없이 침상 끝에 서 있는 나에게만 들리도록  목사님은 이렇게 말했다.


"집사님.... 돌아가시기 전까지 회복되실 거라는 믿음을 놓지 마세요."


에스겔서의 마른 뼈도 살리시고 죽은 지 사흘 된 나사로를 살리신 하나님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이제 가죽만 남은 육신을 보며 회복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차라리 이렇게 고통스럽게 사느니

빨리 천국에서 가서 평안함을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던 나로서는 목사님의 그런 말을 들으니 포기하려고 했던 내가 냉정하게 느껴졌다.


1년간의 병시중으로 가족들은 지금 너무 지쳐있다. 그리고 가장 힘든 것은 아파하는 엄마를 매일 보는 그것이다.

3일 간 간병인 없는 병실에서 보호자 침대도 없이 의자에서 밤을 보낸 아버지는 얼굴이 퀭하고

나는 밤샘을 한 아버지와 교대를 하여 오전부터 오후까지 엄마 곁을 지키고 오후에 학원일 까지 하고 집에 오니체력이 방전되어 잠을 자도 피로가 쉽게 풀리지 않아 정신이 멍하기만 하였다.

이러다가 가족들까지 병나는 것이 아닐까 하였다.

그러나 병석에 누운 사람보다야 더 할까.


살면서 눈물의 골짜기를 넘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내게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이 길이 눈물의 골짜기 같다.

하나님을 만난 후 처음에는 정말 기뻤고 그 후에는 늘 예배의 감동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자꾸 심령이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이제는 눈물의 골짜기라니.

목사님이 주고 가신 시편 54편의 말씀을 아픈 엄마가 붙들어야 한다면 나는

시편 84편의 말씀.

눈물의 골짜기를 지날 때 많은 샘과 이른 비가 있다는 것.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거두고.


눈물의 골짜기는 예배자가 걸어야 할 순례의 길

이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나는 이 힘든 골짜기를 잘 견디며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주께 힘을 얻고 시온의 대로에 서서 주님을 마주할 날이 오리라.

엄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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