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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의자의 오만

by 미셸 오

더도 덜도 말고 딱 이주일 전이다.

인터넷에서 흔들의자를 주문했다. 직업상 컴퓨터에 많이 앉아 있다 보니 시력저하.

자라목. 어깨 통증 등등. 목과 등을 기대고 흔들흔들~ 그렇게 쉬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오래전,

나무로 만들어진, 가구점에서 앉았을 때 너무 편했던 그런 류의 흔들의자를 원했지만

이미 지나간 유행인지 내가 바라는 흔들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모 사이트에서 나무로 된 흔들의자를 아주 적절한-어떻게 보면 아주 싼-가격의 나무 흔들의자를 지르고 말았다.

오매불망 의자가 도착하기를 기다렸지만 추석 전이라 배송은 너무 느렸고 정확히 추석 3일 전 도착하였다.

기다림의 시간이 길수록 대상에 대한 간절함을 더 커지게 마련이다. 흔들의자에 빨리 앉고 싶어 안달이 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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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포장에서 꺼내어진 나무는 너무 무거웠고 게다가 조립식이다. 조립이 너무 쉬웠다는 댓글들은 다 거짓말이던가. 끙끙거리며 의자를 겨우 조립하고 앉는 순간 내가 왜 이딴 것을 샀는지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하였다.

살랑살랑 매끄럽게 몸을 감싸주며 흔들흔들 움직이던 그런 의자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앞 뒤로 천천히 움직이다 조금 반동을 세게 했더니 앞으로 반사되어 오는 시점에 바로 뒤로 넘어가 버리려고 했다. 이런 위험한 것을 팔다니. 그러나 이미 조립하면 반품이 불가하다는 안내서를 떠올렸다.

다시 의자를 벽 쪽에 가까이 놓고 조심스럽게 흔들흔들.... 뒤로 넘어가지는 않아도 편하지 않았다.

앞 뒤로 흔들릴 때마다 흔들의자를 타고 거친 차도를 달리는 기분, 덜크렁 덜크렁... 이런 느낌이다.

다리 바닥의 마무리가 매끄럽지 않았던지 온 몸으로 타고 올라오는 거친 느낌은 시골길 낡은 마차를 타고 달리는 것 같았다. 이미 의자 한 개에 돈을 10만 원 넘게 버렸다는 후회와 자책감은 어떻게 하든 써야지 하는 다짐으로 이어졌고 느낌 좋게 흔들어 보려고 계속 앉아서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뒤로 넘어갈 때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점주에게 보내면 반품이 될까. 그런데 이 사이트에서는 전화를 절대 받지 않는다. 다시 해체해서 보내면 될까.. 또 포장지를 버렸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흔들의자는 자꾸 멈춘다. 채찍을 휘둘러야 달려가는 마차처럼 몸 전체로 의자를 밀어주어야 하는 불편함까지 덤으로 깨닫게 되니 시간이 갈수록 참담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하루 종일 흔들흔들. 잠자리에 들 때는 육체노동을 한 것처럼 온몸이 피곤하였다.


"싼 게 비지떡이야."

"그러게 좀 있다가 좋은 것 사지 그랬어."


이런 말들을 주고받으며

언젠가 이 위험한 흔들의자로 인해 뇌진탕에 걸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속에서도 딱 1년만 쓰고 버리겠다 다짐하였다.

겉보기에는 너무나 흔들의자 같은... 누구 말대로 장식용으로만 쓰면 좋겠다. 이 의자를 팔던 사이트에서 보여주었던 광고사진에는 이 의자에 흰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그렇지 고양이의 흔들의자로는 딱 적격이다 싶다.


다음날.

아무 생각 없이 흔들의자에 털썩 주저앉다가 고함을 빽 지르고 말았다.

흔들의자의 앞바퀴에 내 오른발가락들이 깔려버린 것이었다.

찢어질듯한 고통으로 정형외과에 갔더니 발가락 골절이었다.

한 달간 걷지 말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돌아오는 길.

더 다치기 전에 흔들의자를 포기하리라 마음먹었다. 딸의 말을 빌면 이 흔들의자의 비극이야 말로

지름신의 최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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