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아파트를 산책하는 데 날이 많이 추워졌다.
저 멀리에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한 여인이 나를 보고 인사를 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옆집 사는
아줌마다.
처음 여기에 이사 올 때 강아지가 어찌나 우는지 낯선 새 집에 새끼 강아지를 놔두고 집을 나간 주인들은
밤이 늦어서야 돌아왔고, 주인들은 자신들의 강아지가 하루 종일 울고불고하는 것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던 것인데.
어느 날, 벨을 눌러 나가 보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중년의 여인이 서 있었다.
"우리 집 개가 많이 짖던가요?"
하는 것이다.
"네.. 개가 두 마리 있어 매일 싸우는 줄 알았어요."
"이를 어쩌나... 하루 종일 우는 줄을 몰랐어요."
개 주인은 정말 몰랐다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그 이후 일주일 지난 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났는데
"우리 개 지금 훈련 중이에요."
라면서 묻지도 않는 말을 하였다. 그렇게 가끔 마주치다 보니 한 두 마디 서로 주고받고 하면서 꽤
친숙해지는 듯 싶었다.
그런데 오늘 마주하자마자
"우리 다음 달에 이사 가요."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정들자 이별이라더니. 아파트에 살면서 좋은 이웃을 만나는 것은 꽤 중요하다.
이제 새로 들어올 이웃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인정이 많은... 마주치면 인사를 정겹게 하는 그런 이웃이 오면 좋겠다.
마침 또 같은 교회에 다니는 집사님이 오늘 우리 아파트 다른 동 15층으로 이사를 하였다.
산책을 하면서 전화를 걸었더니 베란다 창으로 손을 흔들었다. 아는 사람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오니 반갑다.
아득히 높은 곳에서 얼굴은 잘 안 보이고 손만 보인다. 나도 손을 흔들었다.
땅 위에서 15층을 보니 아찔하게 높다.
새 아파트 입주 후 2년이 지나니 이사 가고 오는 집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덥다 덥다 하였는데 손가락 끝이 시린 것을 보니
또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