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맛
밥맛이 없을 때 나에게 만들어 준 엄마의 밥반찬 중에 멍게젓이 있다.
싱싱한 멍게를 생으로 썰어 양념을 해 두었다가 꺼내 먹는다.
멍게젓은 향기가 참 좋다.
바다의 꽃이라고 할까. 향긋한 멍게 꽃 안에 멍게 속살에는 육지와는 다른 꽃향기가 난다.
그 향은 입안에서 씹힐 때 더 빛을 발한다.
얼마 전에 멍게젓이 먹고 싶어 인터넷에 검색을 하였더니 멍게젓을 파는 곳이 있었다.
꽤 비싼 가격이었지만 처음부터 파는 데를 잘 고른 듯 너무 맛이 있어서 며칠간 멍게젓 만으로 밥을 먹었다.
멍게젓은 짜면 맛이 없다.
삼삼한 양념이 멍게의 향기와 맛을 살려주어야 멍게젓의 맛을 잃지 않는다.
일주일 전에는
친정아버지가 전복을 사 오셔서 예전에 엄마가 해 주시던 대로 전복 창자를 버리지 않고
잘 씻어 소금을 많이 뿌려 두었다. 이 전복의 창자가 숙성이 잘 되었을 때 생고둥과 버무려 두면 맛난
고둥 젖이 탄생하는 것이다.
앞으로 고둥을 사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버리지 않고 두었다.
또 이웃이 주었다면서 내가 도저히 들 수 없을 만큼의 커다란 배추 한 포기도 가져오셨는데 칼로 반을 자르려 했는데 칼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베란다에 통째로 두고 겉에서부터 필요한 만큼 잎을 떼어먹는다.
예전 같았으면 아예 먹을 생각도 못했던 것들인데,
배추는 씻어 쌈을 먹을 수도 있고 삶아 시래기를 만들어 냉동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먹으면 득이 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게다가 아버지가 텃밭에서 가꾼 무들은 이웃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것은 썰어 소금에 절여 두었다. 얼음이 꽁꽁 얼마큼 기온이 내려갈 때 꺼내어 먹으면 맛난 동치미가 된다는 것을 작년 겨울에 또 배웠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는 것도 매일매일 배워가는 것이지만 살림을 하는 것도 이렇게 직접 살아보니 배워진다.
지금 생각만 해도 엄마에게 가장 미안한 것은,
겨울에 무청 시래기를 잔뜩 삶아 냉동고가 터지도록 갖다 놓은 것을 겨우내 먹지 않고 갖다 버렸던 일이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당신이 만든 모든 음식의 간이 맞지 않고 만드는 것마다 음식이 짜고 썼다.
엄마의 건강이 그렇게 속으로부터 나빠져 갔던 것을 나는 전혀 모르고 음식 타박을 했다.
제발 음식을 많이 만들어 오지 말라고 조금씩 필요하면 사 먹겠다고 했던 나의 모습들이 어지간히 철이 없었다.
음식을 매번 사서 먹어보니,
그 조금씩 사서 먹는다는 것이 참 헛되고 소진이 빨랐다. 그리고 빨리 질렸다.
미리미리 제철 음식이 날 때 많이 구입하여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매 끼니때마다 뭣을 먹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고 또 알뜰한 소비였던 것이다. 게다가 사서 먹는 것보다 덜 질렸다.
해산물 반찬을 주로 먹던 내가 바다 곁을 떠나 오니,
여기 마트의 싱싱하지도 않고 비싸기만 한 해산물들을 사기가 꺼려진다.
옆집에서 거저 주던 감자나 고구마. 그리고 겨울에 배추며 쪽파며 이웃들에게 얻어먹던 것들이
다 돈을 주고 사야 하니 예전에 살던 곳이 직접 밭을 가꾸던 사람들이 많아 나눔의 인정이 컸던 곳임을
떠나오니 알겠다.
바닷가 옆이라 배를 부리는 선주들도 많아서,
여러 생선들이며 고둥이며 물리도록 먹었는데.. 오늘도 멍게젓을 씹으며
지난날들을 추억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