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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쌤 이야기
#너를 만났다
MBC 다큐
by
미셸 오
Feb 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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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던 내가 유튜브에서 가상으로 죽은 딸을
만나는 장면의 다큐를 시청한 것은,
나도 모르게 그 애틋한 엄마의 손짓과 뚝뚝 떨어지던 그녀의 눈물과
흡사 살아있는 것처럼 나풀나풀 뛰어다니던 아이의 모습에 빠져들었고 끝날 때까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죽은 아이를 그렇게 만나면 얼마나 위안이 될까 하면서도 딸을 만져볼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마음에
같이 속이 쓰렸다.
가상현실에서는 딸을 쓰다듬고 있었지만 시청자의 눈에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휘젓는 엄마의 애달픈 손길. 그 모습이 더
아팠다.
나는,
예전에 어딘가에서 부처의 일화를 읽었던 것이 생각난다.
어떤 엄마가 자신의 자식이 죽어 너무 슬퍼하였는데 부처의 권유로 마을 집집마다 돌아다녀 보니
죽음을 경험하지 않은 집은 없었다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어려서는 막내 동생의 죽음을 경험하였다.
그때 막내 동생의 나이가 6살. 다큐에 나오던 나연이란 아이보다 한 살 아래였다.
문득.
그 다큐를 보면서 내 막내 동생을 50살이 넘은
현재의
내가 만난다면 막내는 나를 못 알아볼 것이다
동생
은 그때 그대로 6살의 아이로 남아 있고 그때 10살이었던 누나는 변해도 너무 변해버렸으니까.
너무 오랜 시간이 지
난 탓인가?
동생에 대한 그리움은 이제 저 하늘 끝으로 날아가버린 한 점 흰 구름 같을 뿐.
다만,
2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는 가상으로라도 만나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하여보았다.
엄마는 분명히 내 이름을 조심스럽고도 아주 정답게 부르며,
"몸은 괜찮나?"라고 물어보실 것이다.
나는 당신 앞에서 늘 피곤에 찌든 딸이었다.
엄마를 만나면 정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연이 엄마처럼
" 엄마 사랑해. 고마웠어."
라고 말하면서 꼭 안아주는 것이다. 그때 그 말은 가슴속 장막을 찢으며 나오는 진실한 음성이 될 것이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못하였다. 특히 엄마를 자주 안아주지 못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 자주 안아주지 못했을까...
엄마에게 맛난 반찬 제대로 한 번 해 드리지 못하였다. 늘 엄마는 늙어서도 나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기만 했는데 나는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과학의 발달로 죽은 이들과의 만남을 이루는 것에 대하여
수많은 댓글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았다.
어떤 이는 가슴이 아프게. 어떤 이는 자신들의 죽음의 경험을 떠올리며 같이 울었다 하고. 어떤 이는 정신과 의사를 대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를 나
타냈다.
죽음이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것은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의 이유에서다. 슬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슬퍼하는 사람에게 공감할 수 없다고 한다.
가상으로라도 만날 수 있어 위안이 된다면 정말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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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현재, 고등부 국어와 논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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