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이면 꼭 생각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라면이다.
특히 컵라면은 물만 끓이면 되니까 김치 한 종지만 있으면 완벽한 겨울밤의 간식이 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라면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라면을 즐겨 먹지 않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라면을 대체할 수많은 음식이 많아졌다는 것이 이유가 될 것 같다.
한 번씩은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 약간의 부족한 밥의 양을 채운다든지
가끔 만두를 곁들이거나 새우나 파를 추가하면 라면만의 칼칼한 국물을 만끽할 수 있다.
내가 라면을 처음 본 것을 아마도 7살 때였던 것 같다.
동네 아이들이 누군가가 '매우 맛있는 라면'을 먹고 있다는 정보를 퍼뜨렸다.
우리는 그 맛있는 음식의 수식을 받는 처음 듣는 '라면'이라는 생소한 이름에 호기심이 잔뜩 일었다. 동네 아이들과 힘차게 달려간 곳은 골목의 첫 집이었는데 그 집 유리창으로 방안이 훤히 다 보였다. 창 밖으로는 생전 처음 느끼는 그러나 혀의 침샘을 자극하는 강렬한 냄새가 스며 나왔다.
그 방안에는 흰색 양은 냄비 뚜껑에 한 젊은 남자가 꼬불꼬불한 국수를 집어 올리는 중이었다.
내 옆의 누군가가 설명을 해 주었다.
"저게 라면이라는 거다"
"라면?"
"응.. 봐라. 매우 맛있게 보이제?"
그때 그 아이가 그 집의 문으로 들어가는 가 싶더니 어느덧 방안의 주인공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 처음 보는 라면을 입안에 넣으며 그 아이는 우리들을 곁눈질로 보았다.
처음 본 라면과 라면 냄새였다.
이후
엄마가 가끔 끓여주던 라면이 있다.
그런데 엄마는 라면에 꼭 국수를 섞어서 해주었기 때문에 완성된 라면을 보면 실망이 되곤 하였다. 꼬불하면서도 고소한 라면에 들러붙은 퍼질 대로 퍼진 기다란 국수가락이 너무 싫었다. 라면값이 얼마나 한다고 어울리지도 않은 국수와 라면의 조합을 발명한 것일까 우리 엄마는. 엄마에게는 라면 한 봉지 값도 부담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연유에서 우리는 라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야만 하였고 늘 라면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다 라면 한 개를 끓이면 남동생과 나는 서로 많이 먹으려고 라면 한 가닥을 가지고 싸웠다. 두 개를 끓여도 모자랐다.
앞으로 라면이 천대받을 날이 오리란 것도, 라면이 흔해지리라는 것도 전혀 모르던 시절의 기억이다.
라면에 대한 그리움이 해소될 무렵이었다.
중학교 때다. 남동생이 된장라면이 나왔다는 기막힌 소식을 전하여 주었다. 용돈을 모아 된장라면을 꼭 사 먹어 보리라고 중학교 1학년 동생은 굳은 결심을 보였다. 결국 얼마 안 되어 동생이 된장 라면을 한 봉지 사 왔다. 그러나 다 끓여진 된장 라면을 앞에 두고 우리는 다시는 된장 라면을 사 먹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다. 라면 가락이 둥둥 뜬 그것은 바로 엄마가 끓여주던 된장국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사람들의 입맛이 다 같은 지 이후 된장 라면은 가게에서도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혹시 모르겠다. 요즘은 다들 건강식을 우선하니까 된장라면이 재 출시된다면 잘 팔릴 수 있을지도.
이후 라면의 역사는 더더욱 발전하여 짜장라면, 쌀라면, 비빔면 등등..... 우리는 라면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았다.
라면의 과거를 거슬러 보니, 새로운 라면이 출시될 때마다 그것은 우리에게 많은 기대와 기쁨을 주었음이 분명하다.
현대 사회는 먹방의 시대다.
라면이 흔하고 넘쳐서 그런가 예전만큼 라면의 고소한 향기에 많이 무디어지기도 하였지만
아직도 라면은 계속 진화하면서 우리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