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텅 빈 거리.
한낮의 뜨거움이 서늘하게 식어가는 여름의 초저녁은 그래도
가슴이 설렌다.
어디선가 알 수 없는 박하향 같은 것들이 뒤섞여 후각을 자극하는 느낌이 들고 뜨거웠던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이제 휴식의 문으로 들어가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저녁에는 마침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이 소환된다.
초등학교 때 이야기다.
우리 동네 바로 앞은 바닷가였는데 여름에는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며 무더운 여름을 지냈다.
종일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던 시절에
가끔은 아이들이 눈 똥덩이가 두둥실 떠다니기도 하였는데 그때 물결에 두둥실 떠오르며 바나나 같던 그 노란 똥덩이가 마구 수영을 하며 도망치려던 아이들에게 위협적으로 달려들었다.
똥의 급습을 피하기 위해 아이들은 고함을 지르며 힘차게 팔과 다리를 젓고 또 바닥에 발을 딛고 물결을
팔로 마구 휘저으며 도망을 쳤다.
누군가의 시원한 똥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바나나 똥이 보이지 않았다.
바나나를 피해 도망치던 아이들은 다시 물속으로 몰려들어 헤엄을 치고 신나게 놀기 시작했다.
똥덩이가 물에 분해되었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그 바나나 똥이
물결에 실려 저 멀리 가버렸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 똥의 미세한 입자들을 아이들은 일부 삼켰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새카맣게
태운 아이들의 등덜미의 피부가 미세하게 갈라져 비닐처럼 벗겨질 때 가을은 시작되고 겨울에도 넉넉히 견딜 힘을 주었던 것 것 같다.
동화작품 중에 유명한 똥에 관한 동화가 있다. 바로 <강아지똥>이다.
그 동화를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과 따스함이 잊히지 않는다.
그때 그 시절,
누군가의 바나나 똥은 바닷속 물고기들의 좋은 영양제가 되었을까.. 하물며 사람의 똥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