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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Nov 16. 2015

#내게서 가는 사람들   
내게로 오는 사람들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가 하고 돌이켜 보면 가장 소중했던 것은 역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내게 상처를 주었던 것도 사람이지만 나를 기쁘게 한 것도 사람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나를 거쳐간 많은 사람들..그들 중에서는 나와 짧은 시간 안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도 있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 더욱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나와 알게 사람이 내 인생에 소중한 어떤 한 사람을 만나게 해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경우.

그런데 신기한 것이 그 매개체 역할을 한 사람으로 인해 만난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좋았든 나빴든.

헤아려 보니 그 매개체의 역할이 매우 소중한  듯하다. 매개체는 자석과 같아서 내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을 때 정말 좋은 사람을 이끌어 왔고 내가 부정적인 마음을 품을 때 인생에 해로운 사람을 끌어다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생에서 긍정적인 마음은 중요하다 생각된다.

오늘은 내가 가르쳤던 한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중3 때 내게로 왔던 통통했던 여학생.


수업을 하면 책에 빽빽하도록 필기를 하고 틀린 시험문제에 빨갛고 파란 볼펜으로 테두리를 쳐서 들고 오던 아이였다. 그리고 본인이 이해될 때까지 질문을 하였다.

공부하는 방법이 그리 세련되고 민첩하지는 않아 성미 급한 사람들이 보면 답답할 수도 있었는데

저는 3년 내내 그런 방식의 공부를 고집했다.

하나라도 이해가 안 가면 절대 다음 진도로 진입하지 못하며

사소한 문제에까지 파고들어서 시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회비를 내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혈압이 오를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  수업하는 장면은 엄마들이 모르는 것이 몸에 이롭다. 아이들은 엄마의 딸로 있을 때와 다른 공간에서 다른 위치로 있을 때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오만상을 찡그리고 문을 들어서는 모습이 생리 중인 것이 분명하였다.

이 아이는 생리통이 심해서 생리  첫날은 거의 결강을 하였다. 그런데 그 날은 어쩐 일인지 가방을 메고 수업을 들으러 온 거였는데,

나와는 다소 친해지기 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책상 옆 마룻바닥에 갑자기 엎드리더니 내게 등을 밟아 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학생을 보았나.

학생들에게는 다소 무섭게 인식되어지던 내게 새 학생의 이런 태도는 좀 황스러운 것이었다.

선생이  어색해하는 것도 모르고 아이는 얼굴을 마룻바닥에 박고 엎드려 있었다. 등만 보인체.

할 수 없이 아이의 등에 내 몸을 천천히 실었다.

그야말로 발바닥 꾹꾹이.

아이는 내가 발바닥을 움직일 때마다 요구사항을 명시했다.


"여기요  아니.. 그 아래. 네. 거기 꾹꾹 밟아주세요.  아야야.."


 난 그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어쩌면 그래서 저와 내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게 발바닥 꾹꾹이를 받은 아이는 괜찮다는 듯 수업을 시작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생리 중일 때마다  허리며 등을 밟아주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얼마 전에 미국의 A사에 취직을 하였다 한다.

 늘 높은 꿈을 꾸며 중학교때부터 용돈으로 아프리카 아이에게 돈을 보냈던 아이였다. 평소 성적에  비해 꿈이 지나치게 크다고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아이는 단호했다. 그런데 결국 이루어 낸 것이다.

 후일 그 아이는 내게 자신의 엄마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7년 전  고등학교 졸업 후 그 아이는 한국의 대학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아주 가끔 한국에 오면 나와 밥을 두어 번 같이 먹었을 뿐이었던. 그래서 그 아이 또한  내게서 떠나갔던 다른 수많은 학생들처럼 기억 속에 묻혀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미미하게 연결되던 그 아이의 엄마와 최근 우연히 모임을 같이 하게 되었다.

 내게 인생의 좋은 친구로 자신의 엄마를 이어준 매개체의 역할을 한 아이. 이젠 그녀는 아름답고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의 연결고리, 그 고리고리 마다 수많은 사연들이 그물처럼 엮어져 가는 것이 인생인  듯하다.

내게로 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나 또한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 줄 좋은 매개체가 되어주었던가?  

비오는 날 밤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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