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가 여름만 되면 과일(열매)들이 과일가게에 산처럼 쌓여서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멜론. 키위. 산딸기. 수박. 참외. 자두 등등
지난주에 코로나로 몇 년간 못 봤던 남동생이 한국에 왔다.
친형제란 오래 시간을 못 봐도 어제도 만났던 것처럼 친근하고 따스하다. 더운 지방에 사는 동생은 과일을
달고 살아서였던지 매일 과일을 샀다. 한국에서는 과일이 비싸서 그렇게 매일 사서 먹을 수는 없지만
더운 지방에서는 지천에 널린 것이 과일이지 않은가.
그날도 새로 연 과일 집에서 멜론과 산딸기와 골드키위를 배달 주문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은 1시간 후에 배달이 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세 시간이 넘도록 소식이 없는 것이다. 하필 영수증도 받지 않았고 과일집 전화번호도 모르는 상태라 어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네이버 검색을 하니 가게 이름이 떠서 전화를 하게 되었다.
"지금 네 시간이 되어가는데.. 과일이 아직 안 왔어요."
주인은 깜짝 놀란다.
"네? 벌써 배달해 드렸는데요?"
주인은 잠깐 기다려 보라 하고 우리 집 주소를 묻더니
"다른 집으로 배달이 되었네요. 죄송합니다."
30도가 임박한 무더위에 다른 집 문 앞에서 싱싱했던 과일들이 상해버렸을 것 같아 걱정했는데
다행히 주인은 새 과일을 가져다주었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과일의 맛을 느끼면서
옛날, 수박 한 통 사다가 사이다 섞어 주던 아버지의 수박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수박의 일부분만 떼어내고 수박의 속살을 파서 가끔 사이다를 섞었는데 난사이다를 섞은 수박이 너무 싫었다. 사이다 맛 나는 수박 맛.. 아마도 그런 경우 수박이 달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긴 한데..
산딸기를 먹으면서는 내가 말했다.
"뱀딸기랑 모양이 너무 비슷하지?"
딸이 대답한다.
"그러게.. 뱀딸기는 뱀 하고 닮지도 않은데 왜 뱀딸기지?"
허긴. 뱀딸기가 왜 뱀딸기인지 의문을 가진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 왜 뱀딸기인지는 잘 모르겠다.
딸이 즉석에서 인터넷을 뒤진다.
"뱀딸기가 많은 곳에 뱀이 많아서래.."
"잉? 뱀이 많이 사는 곳에 그 열매가 많이 자란단 말이야?"
"응.."
ㅎㄷㄷ. 어렸을 때 그런 줄도 모르고 뱀딸기 찾느라 풀숲을 손으로 마구 휘저었던 것을 생각하니 오싹해졌다.
그땐 뱀딸기도 흔하지 않아서 뱀딸기는 눈에 띄기가 무섭게 아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땐 왜 그렇게 뱀이 눈에 많이 띄던지. 동네 공터에서 놀다가도 잠깐 눈을 돌릴 때 뱀이 쓱 지나가는 것을 본 적도 있고.. 뱀가죽이 벗겨진 것을 몇 번이나 보았었다. 게다가 지금도 뱀은 여전히 살아서 개천가에 몰려 산다.
얼마 전에는 산책하다가 가느다란 뱀이 내 앞에서 가로질러 하천으로 기어가는 것을 보고 얼마나 고함을 질렀는지 모른다.
옆에 있던 딸 말로는 뱀이 내 고함 소리에 놀라 잽싸게 도망질을 했다는데 정말 그랬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