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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셸 오 Sep 02. 2022

#영화 "한산"에 나타난 #이순신

그리고 민중의 저력


영화 <한산>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의 실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순신 장군이 현세로 살아난 듯 싶을 만큼 강인하지만 인격적인 이순신 장군의 모습.

배우 박해일 씨의 연기력이 그랬다.

박해일 씨가 이순신 장군 역에 너무 잘 어울렸던 것이다.

대사가 그다지 없는 데도 장군의 위엄과 품격을 온몸으로 드러내 주었다. 아마도 이순신 장군의 생전 모습이 그런 아우라가 넘치지 않았을까. 박해일 씨는 없고 오직 이순신 장군만이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이 영화를 계기로 해일 씨의 진정한 팬이 될 것 같다.

일본을 대적할 때 고함을 고래고래 지르지 않아도 장군은 늠름했고 묵직했고 존경스러웠다.

작은 나라 조선의 바다를 지키는 든든한 거목처럼 보였다.

대사도 별로 없는데--실제 이순신 장군은 입이 무거운 분일 듯--온몸에 흐르는 기품을 표정과 몸짓과 눈빛으로 드러낼 수 있다니.

한편 그런 강직한 면 이외에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인 면도 그려졌다.

눈빛에 흐르는 따스한 인간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한편 일본의 적장 역을 맡은 변요한 씨도 정말 연기가 좋았다.  대개 일본을 적국으로 한 영화들은  일본은

잔인하고 비열한 악으로 대치시키기 마련인데 이 영화에서는 일본의 적장도 조선을 정복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자기네들끼리도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전쟁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주었던 것 같다.

그 외에 연기자들도 연기가 다들 뛰어나서 오래간만에 영화 속에 뛰어든 느낌이었는데 다만 아쉬웠던 점은 원균이 영화 속에 녹아들지 않아 집중이 흐려지긴 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학익진이다.

일본 배가 근거리에 올 때까지 침묵하던 이순신 장군의 꾹 다문 입을 보면서 '빨리빨리 대포를..'

하는 마음속의 긴장감이 절로 생겨날 정도였다.

아.. 그 침착함.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옆에서 아무리 다그쳐도 자기가 옳다고 판단하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 그리고 그 판단이 정말 옳은 사람.


거북선 안에서 온 힘을 다해 노를 젓던 이름을 알 수 없는 민중들의 모습도 자주 보여주어서

이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의 이야기와 함께 민중들의 힘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고 상영 시간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다.


영화 마지막에 큰 전쟁을 치른 후 깃털 달린 관모를 쓰고 관복을 입은 이순신 장군이 아랫사람과

 바닷가를 거닐던 모습을 보면서

내가 그분의 후손이고 그분 나라의 백성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이런 이순신 장군의 멋진 모습을 전 세계로 알리는 일이 영화밖에 더 있을까.

앞으로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더 발전해서 <한산> 같은 류의 영화가 많이 생산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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