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최악이라니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킬링 타임 하기에 딱 좋은 로맨틱 코미디처럼 작명했지만, 의외로 묵직한 뒷맛을 주는 영화.
비디오용으로 만들어진 병맛 헐리웃 영화 같은 제목을 한 주제에(?), 무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영화.
원제는 '세상에서 최악인 사람'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 율리에-
처음엔 의사가 되려고 의학을 공부하지만
곧, 심리학으로, 다시 사진으로..
공부하는 분야를 바꾸며 방황하는 20대를 보낸다.
그리고 공부분야를 바꾸듯
연인도 바꿔나가는 그녀.
그러다 성공한 유명 만화가 악셀을 만나
그와 안정적 가정을 이루려는 찰나...
많은 나이차이와 가치관으로 인해
율리에는 또 망설이고
그러다 파티에서 만난 또 다른 남자
이제 진짜 사랑을 찾은 걸까?
하지만 이것도 끝사랑은 아닌 것 같다.
한 잡지에서 요아킴 트리에 감독과 인터뷰를 했다.
Q: 진지한 감독들이 사랑 이야기를 만드는 경우는 흔치 않죠. 왜 사랑 이야기를 만들고 싶으셨나요?
A: 조지 큐커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가고 싶었어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나 <노팅힐> 처럼 훌륭한 현대 로맨틱 코미디도 있잖아요 . 그런 작품들이 전통을 잇는다고 할까요? 이런 영화들은 때때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사랑 이야기에는 실존적인 요소가 담겨 있을 수 있어요. 사랑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사랑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우선 '조지 큐커' 감독이 누군지 몰라서 찾아봤다. 무려 1899년생!! 60~80년대 헐리웃에서 활발히 영화를 만들었고, 내가 아는 영화는 <마이 페어 레이디> 정도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나 <노팅 힐>은 당연히 안다. 요이킴 트리에는 그런 사랑 영화들의 고전을 마음에 두고 있었나보다.
다음으론, 이 인터뷰의 제목이 '실존적인 로맨틱 코미디'란 점에 주목해 본다. (existential romantic comedy) <사랑할 땐 누구나..> 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20대 여자의 연애 이야기이긴 하지만, 묘한 씁쓸함과 묵직한 뒷맛을 곱씹게 하는 데는 감독의 의도가 있다.
감독의 말대로 '사랑'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은 없다. 사랑이라는 선택을 통해 실제로 사람들의 인생이 바뀌기도 할 뿐 아니라, '사랑'이라는 선택 앞에서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짜 자신이 된다. 아무리 남의 충고와 조언에 따라 선택하려고 해도, 결국은 진짜 자신이 이끄는 대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 매번 사랑에 있어서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게다가 더 신기한건, 그 사람들이 그런 선택으로 인해 엄청난 실패와 고통을 겪고 나서도, 또 비슷한 사람을 선택해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흔히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라고. 건강한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뜻이겠다.
사랑의 앞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 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한 여자의 사랑의 행로를 따라가는 이 행복하고도 불안한 영화는 분명 이 여자를 실존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영화의 제목으로 돌아간다.
누가 최악일까? 자꾸만 남자에서 남자로 바꿔가며, 자신에 대한 그들의 진실한 사랑의 귀함을 알지 못한 채 방황하는 율리에일까? 영화는 딱히 제목에 대해 답을 주지는 않지만, 율리에라고 해서 최악의 사람은 아니다. 그저 방황할 뿐- . 최악을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든 서로에겐 최악이었을 수 있겠다, 싶다.
섬세한 줄거리와 서정적인 음악과 영상이 관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 신인임에도 이 영화로 칸 여우주연상을 탄 배우의 연기가 남다르다. 연기라기보다는 그 나이 또래의 자신을 보여주는 것처럼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