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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Jun 30. 2020

재택근무자의 하루 (Seoul Version)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1. 한국에 돌아와서, 얼떨결에 다시 하시게 된 원격(재택)근무 상황, 대략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시는지?  


매일 아침 11시에 미팅이 있어서 보통 10시쯤 일을 시작합니다. 아침 잠이 많은 편이라 일 할 시간이 다 되어 일어납니다. 저는 작은 방에 서재겸 업무용 공간을 만들어두고 있어서, 회사에서의 업무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셋업을 해두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가는 경우에는 랩탑만 챙겨서 갑니다.


개인 용도로 사용 중에 찍은 사진이나 이런 느낌


업무 시작을 하면 사내 메신저 및 다양한 메신저에 로그인을 합니다. 저희 팀의 경우 서로 언제 출퇴근을 하는지, 언제 자리를 비우는지 메신저 단체방을 통해 간단하게 공유하고 있어 "11시, 업무 시작합니다." 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11시 미팅에서 팀원들과 오늘과 내일 할 일, 이슈 혹은 필요한 지원 등에 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 나눈 뒤, 지난 근무일 이후에 온 메일들과 메시지들을 확인하고 처리하고 나면 점심먹을 시간입니다.


점심은 주로 집에서 먹습니다. 집에서 해먹을 때도 있고, 시켜먹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보통 식사를 하고 남는 시간에 샤워를 하고 1시부터 다시 업무에 복귀합니다. 저희 팀은 코로나 이전에도 월 1회 원격근무를 자율적으로 사용했었어서 휴가와 붙여서 해외에서 원격 근무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이후 저녁때까지는 모든 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된다는 것 이외에는 회사에 출근했을 때와 별 다를 바 없이 업무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어디에서 일하든 일의 성과나 퍼포먼스에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출퇴근 시간이 절약되서 체력적으로 더 수월하게 업무가 가능한 분들이 원격근무를 선호하십니다.


회의도 화상으로 하고, 간단하게 직접 이야기하는게 나은 경우는 바로 바로 화상회의를 합니다. 오히려 출근했을 때에는 시간 맞춰서 회의실을 예약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는데, 더 가볍게, 최대한 짧고 용건만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친한 동료들하고는 메신저로, 가끔씩은 화상으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며, 회사 차원에서 "랜선 회식" 도 지원해줍니다. 각 팀별로 날짜를 맞춰 점심을 배달해서 다 같이 화상회의로 만나서 점심 먹으면서 수다떠는 시간입니다. 점심식사 비용은 회사에서 지원해주고, 팀별로 식사를 할 때도, 팀내에서 랜덤 배치를 해서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저는 업무를 늦게 시작해서 늦게 마치는 편이기에 보통 저녁 식사도 합니다. 점심, 저녁식사, 중간에 커피타임 등은 업무시간에서 제외하며 이는 개개인이 알아서 기록하며 특별히 관리받지 않습니다. 가능한 주 40시간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고, 팀원들과의 협업을 위해 "가능하면"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 사이에는 언제나 답장 가능하고 연락이 되는 온라인 상태를 유지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완전한 자율 근무입니다.


오후 6시쯤 저녁 식사를 하고, 화/목에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일본어 스터디를 화상으로 진행합니다. 저녁 식사와 스터디 후, 잠깐 쉬다가 9시-10시쯤에 필요한 업무를 더 처리합니다. 주중 오후에도 미팅이 없다면 채팅방에 "2시-4시 자리 비웁니다" 와 같이 메시지를 남기고 개인 용무를 보고 올 수도 있고, 쉴 수도 있습니다. 보통 10시-11시쯤에 업무를 시작하고, 법정휴게시간 이외에도 1-2시간 정도 더 휴게시간이 발생하여 저녁 10시-11시쯤에 업무를 마치면 하루에 8-9시간 정도의 근무를 하게 됩니다. 


일이 잘 되는 날에는 자율적으로 추가 근무를 하고 기록을 하고, 필요한 날에는 "오전 근무만 합니다", 혹은 "오후 2시에 퇴근합니다." 와 같이 메시지를 보내고 일찍 퇴근을 하기도 합니다. 협업 대상들과 부드럽게 협업하면서 하려는 일들을 잘 처리해내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계속 근무를 하고, 현재 4개월째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미리 원격근무를 시행하고 있었어서 이번 사태에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무난하게 업무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개개인이 전문가로 개인 작업 시간이 필요하고, 온라인 협업툴이 발달해 있고 그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엔지니어들에게 조금 더 수월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2. 코로나 전, 한국 회사의 출퇴근, 업무방식 진행해보니 어떠신지?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한국 회사에 잘 적응 할 수 있을지, 2년을 출퇴근 하지 않고 매달 새로운 도시에서 눈 뜨면 일하고 노트북을 닫으면 퇴근하던 생활에서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무난히 돌아왔습니다. 미국에서 일하던 특수성으로 인해 구직 과정에서 각 조직과 팀의 문화, 일을 하는 방식과 프로세스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은 뒤에 들어왔고, 현재 직장과 조직은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프로세스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 큰 문제 없이 적응했습니다. 


오히려 당시 월1회 원격근무를 도입중이었고, 일본에 있는 팀원들과는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일하는 팀의 특성상 제 원격근무 경험이나 프랙티스에 관심이 있는 조직과 팀이었어서 소소하게 기여할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전직원 원격근무를 선언하기도 하는 실리콘밸리의 회사들과는 여전히 문화적으로, 그리고 그 문화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 개개인의 인식 등에서 차이가 크지만 점차 좁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조직과 팀에 맞는 방식으로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고, 4개월이 넘게 원격근무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노마딩 시절처럼 제 시간을 제 스스로 통제해서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 (https://brunch.co.kr/@zechery/193) 을 받아서 개인적으로는 더 만족스럽습니다. 지금의 경우 가려면 갈 수 있는 오피스가 있다는 사실도 좋습니다. 그래서 1-2주에 한번은 팀원들과 날짜를 맞춰서 출근을 하고,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3. 원격근무와 회사 출퇴근 중 어떤 것이 더 본인에게 맞는지?


저는 둘 다 좋습니다. 다만 통근이 길어지면 시간과 피로도 모두에서 효율적이지 못해서, 업무 효율성과 성과를 낼 수 있다면 원격근무를 선호합니다. 개인이 가진 체력과 에너지를 잘 분배해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에 있어서도 원격근무가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것은 제가 집에 회사와 비슷한 업무 환경을 구축해 둘 수 있었던 것, 조직과 팀이 협업에 열려있고 다양한 툴과 제도를 지원해 주는 것,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직업의 특수성 등이 어우러져 가능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 잘해서 성과 잘 낼 수 있다면 자신의 시간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원격근무가 좋습니다.


*


쓰다보니 메일에 많은 시간을 썼네요. 오늘의 추가 휴게시간에 한시간 더 등록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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