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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Oct 25. 2016

시차 II

현지시간으로 일하지 못하기에 맞춰야하는 것들  

저는 현재, 회사와 팀 전체는 미국 서부 시간 (Pacific Time, PT) 로 일을 하고 있고 저 혼자만 떨어져나와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제 원격근무로 인해 야기되는 팀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자 제가 어디에 있던지 미국 서부 시간에 맞춰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래서 지난 몇달간 다양한 시차에서 일을 했고, 근무지마다 시차에 대해 느낀 점을 정리했습니다.




1. 샌프란시스코 근무

3년 정도 살았던 샌프란시스코에는 생각보다 자주 갈 일이 생기고, 왠만하면 자주 가려고 하다보니 3개월에 한번씩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서 오피스에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팀원들도 보고, 오피스에 출근해서 직접 face-to-face 로 일하는 즐거움이 있는 때에요. 당연히 시차는 없고, 반가운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서울마냥 매일 퇴근하고 저녁 약속을 잡는 곳.


일을 시작 할 무렵 - 적당히 아침. 밝음.

퇴근 할 무렵 - 뉘엿뉘엿 해가지거나, 아직은 화창


2.  씨애틀 근무

씨애틀 역시 미국 서부에 위치하고 있어 시차가 없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비해서는 렌트와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지인들도 있고, 여기저기 할 것들이 어느 정도 있어서 좋았어요. 시차가 없어서 평일 저녁이 온전한 시간이 되고,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


일을 시작 할 무렵 - 적당히 아침. 밝음.

퇴근 할 무렵 - 뉘엿뉘엿 해가지거나, 아직은 화창


3. 뉴욕 (NYC) 근무

원래 원격근무를 시작 할 당시의 목적지였고,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세시간 늦은 시차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부에서 보통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 30분 정도까지 일을 하는데, 동부에서는 오후 1시부터 저녁 9시 정도까지 일을 했던 것 같아요. 부엉이 스타일이라 엄청 잘 맞을거라 생각하고, 거의 뭐 새벽에 밤을 새고 뉘엿 뉘엿 해가 밝아오는 새벽 5-6시에 잠들어도 6시간 이상 자고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좋았는데 평일 저녁이 없다는 점이 생각보다 불편했어요. 대신 평일 아침에 산책도 하고,  장도 보고, 운동도 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뭔가 아쉬운 근무 시간이었어요. 뉴욕에 아예 살려면 현지에서 잡을 찾고 근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일을 시작 할 무렵 - 대낮. 햇볕 쨍쨍.

퇴근 할 무렵 - 완전히 해가 저문 뒤의 밤.


4. 프놈펜 (캄보디아) 근무

얼떨결에 있었던 곳인데 프놈펜 시차가 의외로 괜찮았어요. 근무를 자정에 시작해서 아침 9시정도까지 했었는데 정확히 밤을 새는 근무라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바로 충분히 자고 저녁을 나가서 먹어도 되고, 천천히 점심을 챙겨먹고 자도 괜찮았던 시간대.


일을 시작 할 무렵 - 야밤. 도시의 대부분의 것이 멈춘 심야.

퇴근 할 무렵 - 완전 아침. 밝음. 그리고 프놈펜은 하루가 일찍 시작되는 느낌이라 새벽 5시만 되도 사람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5.  서울 근무

생각보다 서울 근무가 미국 서부와는 시차가 애매하게 안 맞았어요. 새벽 2시부터 오전 11시 정도까지 근무를 하는데, 평일 저녁 약속을 잡으려면 조금 무리가 있는 시간이라고 해야할까요. 근무가 딱 끝나고 바로 잠에 드는게 아닌지라 평일 저녁 약속을 잡은 날은 잠을 두번 쪼개서 자야하는 시간이었어요. 다만 이것도 적응을 하고 나니까 ㅋㅋㅋ 약속을 평일 점심으로 잡아서 근무 끝나고 씻고 나가서, 만날 사람의 직장으로 찾아가서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한잔하고, 또 다른 약속으로 커피 한잔 더 마시고 집에 5시쯤에 돌아와서 그때부터 푹 자니까 그것 나름대로 잘 되더라구요.


일을 시작 할 무렵 - 야밤. 하지만 새벽 두시의 서울은 여전히 살아있는.

퇴근 할 무렵 - 아침과 점심사이.


6. 유럽 - 런던/파리 근무

다음 목적지는 런던과 파리로 정했는데, 아직 실제로 가지는 않았으나 그곳에서는 각각 오후 8시 / 7시에 일을 시작해서 새벽 4시 / 3시 정도까지 일을 하면 되는 시차더라구요. 런던과 파리가 깨알 같이 1시간 시차가 나는데 저정도면 밤샘 근무 정도가 될 것 같아서 괜찮은 시차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밤새 근무하고 5-6시쯤 잠들어도 12시-1시면 일어나서 씻고 점심 먹고, 오후에 시간 보내고 늦지 않게 들어와서, 혹은 이른 저녁을 하고 들어오면 어떻게 살아지지 않을까하고 있어요. 원대한(?) 포부로는 파리에서 프랑스어 어학원을 등록해서 주당 2번 정도는 2시간 정도짜리 프랑스어 수업을 오후에 들을까 생각하고 있구요. 이건 가보고 다시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일을 시작 할 무렵 - 저녁 시간.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들어와서 조금 쉬다가 일하면 어떨까 생각 중.

퇴근 할 무렵 - 야밤과 새벽 사이. 평소에도 부엉이 생활로 2-3시에 자는 날이 많았으니, 1-2시간 뒤로 미뤄서 자게 되지 않을까 생각 중.




정리하다보니 역시 평일에도 사람을 만나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느냐가 저한테는 중요한 항목인 것 같네요. 어딜가나 사람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게 변하지 않고, 주말에는 최대한 여행을 가지만 주중에도 근무 후의 삶이 즐거워야 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숙소에 아주 잘 셋업해놓은 환경에서 일을 하다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더더욱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주말에는 여행, 평일에는 지인과의 만남.


Local time 으로 일 할 상황이 아니면 시차도 꼭 생각해보시길. 시차를 자주 바꾸면 몸이 상하는게 느껴집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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