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외쿡인노동자의 노마딩 이야기
어느덧 두달이 훌쩍 지났네요. 두달전에 싱가폴과 서울로의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는 글을 남겼는데, 3월 중순부로 3개월 휴직 신청을 하고 일을 쉬고 있었습니다. 첫 2주 정도는 오키나와에서 모든 것을 잊고 푹 쉬고 휴가를 즐겼고, 4월 한달은 서울에서, 그리고 5월 한달은 싱가폴에서 살면서 구직 활동을 했습니다.
4월의 서울에서는 좋은 회사 여러곳 (링크1, 링크2, 링크3) 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주 좋은 팀과 일도 해보고 5월의 싱가폴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기회를 찾아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위의 회사들 중 지원 할 생각이 있으시면 추천드리는 곳들입니다 :]) 사실 서울보다는 싱가폴에서 일하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4월의 한국에서 여러가지 좋은 기회를 얻게 되어서 싱가폴에는 전의가 조금 떨어진 상태로 (...) 가게 되어서, 구직은 했으나 주로 사람을 많이 만나고 알아만 보고 오게 됐네요.
감사하게도 한국에서 흥미로운 오퍼를 싱가폴에 도착한 이후에 받게 되었고, 싱가폴은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휴직 중이었던 회사에 퇴사 의사를 알리고, 휴직 시에 퇴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알고 있던 매니저와 조율하여 정리 및 퇴사를 위해 6월에는 미국으로 들어갔습니다.
2년 반이 넘는 기간동안 노마딩을 하며 이곳 저곳 맡겨둔 짐을 찾고, 다시 풀고 다시 패킹하여 한국으로 보내고 그 과정에서도 깨알 같이 K-Group 에서 주최하는 K-night 2018 행사에서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주셔서 다른 곳과는 다른 청중들이니 만큼, 조금 색다르게 "나는 왜 실리콘밸리를 떠나는가" 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스스로도 왜 나는 실리콘밸리를,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지에 대한 정리가 되었고, 원격근무 - 노마딩에 이어서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된 것 같아서 재밌었어요. 샌프란에 있었던 4년 조금 넘던 시간 동안 겪은 장단점 두루 열심히 잘 공유하고 왔습니다. :)
퇴사를 위해서 회사에는 1주일 출근을 했는데, 휴직을 하면서 인수인계를 대부분 마무리 해놓았고, 하던 프로젝트도 휴직 전에 마무리해서 production 에 올려놓고 떠난지라 크게 할 일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매니저도 리드도 오히려 그 1주일 동안 사람들 많이 만나고 편하게 있다가 가라고 이야기 해주더라구요. 3년 다닌 회사인데, 이직이 꽤나 잦은 업계에 레이오프도 그간 3번이나 겪어서 연차로는 제가 굉장히 상위이기도 했습니다. 저랑 처음부터 회사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랑 모여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하다보니 다들 이제는 팀리드거나, 한 부서를 이끄는 매니저가 되어 있던 것도 신기했구요. :)
지난 3년을 마무리하면서 동료들의 축복과 따뜻한 환송을 받을 수 있어서 너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회사 덕에 지난 3년간 정말 다시 태어나도 하기 어려울 것 같은 경험과 생활을 할 수 있었구요.
그렇게 퇴사를 마무리하고, bittersweet 한 감정을 곱씹으며 미국 생활의 마무리를 했습니다. 온전히 미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아예 한국으로 이주하는 것은 아닌지라, 또 그게 너무 진지하지만은 않았구요. :) 현재 계획으로는 몇년 뒤에는 다시 미국에 오려고 하고 있기는 합니다.
이미 떠나있던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그 와중에 연락주고 시간내서 만나고 샌프란시스코를 마무리하고 왔습니다. 이로써 7년간의 미국/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한국에서도 들어오자마자 정착을 위해 다양한 것들을 했어요. 한국 핸드폰을 개통하고, 운전면허증 재발급, 은행 계좌를 살리고, 집을 보러다니고, 대출을 알아보고, 계약을 하고, 인터넷을 설치하고, 공인인증서를 알아보고, 가구를 알아보고, 가족들을 만나고 등등. 7년간의 공백을 느끼기도 하지만, 역시 한국. 말 잘 통하고 빨리빨리의 대국. 미국이었으면 4-5개월 걸릴 일들을 2주만에 대부분 마치게 되어서 놀라기도 했구요.
또 깨알 같이 섭외가 들어온 행사에 산업기술대학교도 다녀오고, 모교에서 열리는 해외대학원 진학준비 설명회에도 다녀왔습니다. 해외 대학원 진학, 미국 취업, 실리콘밸리, 원격근무, 노마딩을 언제까지 우려먹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것은 감사하고 조심스러운 일이네요 언제나.
그렇게 한국에서도 3주간 정착을 위한 준비를 하고, 다음주부터 출근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새 집으로 이사를 들어가구요. 어디로 가는지는 다시 한번 업데이트 할 일이 있길 바라며. 그간 제 디지털 노마딩과 원격근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어주신 독자분들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추억을 팔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노마딩하는 삶의 실시간 생중계(!)는 당분간 이 글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이든 어디서든 기회와 공간이 닿는 곳에서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외쿡인노동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