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슈테른슈툰데
내 삶을 이끌어온 별의 순간, 슈테른슈툰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어느 날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나의 아들딸은 엄마의 삶을 어떻게 기억할까. 이문동 언덕배기, 연탄아궁이에 혼자 간신히 설 수 있는 부엌이 딸린 단칸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고, 주 6일 근무에 야근은 기본이고, 통신기기는 집전화나 길가의 공중전화가 전부였던 휴대폰 없던 시절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기를 키우면서 카메라에 필름이 없으면 불안했고, 라디오에서 좋은 음악이 나올 때면 녹음기에 빈 카세트테이프가 없으면 종종거리던 그때를. 그러나 그게 당연한 줄 알았고 친구에게 손 편지를 쓰고 우표를 사서 붙여 우체통에 넣은 후 답장을 받기까지 그 긴 기다림의 시간들을 즐겼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생의 마디마디 그 순간만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있다. 돌아보면 어느 한 때 황금기가 아닌 때가 없었다. 나는 훗날 내 아이들이 엄마를 떠올릴 때면 이 글들을 통해 슬픔 대신 미소를, 삶에 절망하는 대신 소소한 기쁨을 찾아 회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더 나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1900년대 후반을 살아간 어느 서민 여성의 삶이 어떠했고 어떤 음악을 즐겨 들었으며 어떤 문화를 누리며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타임캡슐이 되고 싶다. 일상에 은하수처럼 박혀있던, 내 삶을 이끌어온 별의 순간, 슈테른슈툰데를 기록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