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爱]에 대한 고찰: 2026年 3月 15日 일기

와사비 맛 사랑

by 적요


날짜: 2026. 03. 15

일정: 재택근무

투두리스트: 사진 보정 / 홈트 / 청소기 돌리기 / 빨래 / 타로 상담

칭찬일기: 알람 한 번에 일어난 거 잘했어.

감사일기: 낙서 증사 문의가 많음에 감사.

감정일기: 또 코 끝이 찡하다. 시도 때도 없이 이런다. 코 끝에 와사비라도 묻었나 싶어 세게 비벼본다. 빨개진 건 코 끝인데 눈물이 찔끔 나온다. 코랑 눈의 신경이 이어져 있다는 글을 어디서 보았던 것 같다. 강한 자극 때문이겠거니 하고 넘겨버린다.


(중략)


기분 나쁜 간질간질함에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 원인을 뿌리 뽑아야지 싶어 언제부터 이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헤어진 뒤로? 그렇다기엔 만나는 동안에도 이런 상황이 없진 않았다. 이유를 알겠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뒤통수만 자꾸 긁는다. 지켜보는 사람도 없는데 괜히 눈치를 살피고 챗GPT를 찾는다. ‘ 자꾸 코 끝이 찡하고 와사비를 먹은 것처럼 눈물이 핑 도는데 마땅한 이유가 없어, 왜 이런 걸까? ’ 장황한 설명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요약하면 코 점막 자극이거나 알레르기일 가능성이 있단다. 그러고 보니 곧 봄이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도지려나 보네...’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여간 웃긴 게 아니다. 한숨인지 실소인지 모를 것을 내뱉고 눈앞의 비염 스프레이를 괜히 뿌려댄다. 그런데 원래 이걸 뿌리면 눈물이 났었나?


+추가

또다. 이 정도면 누가 내 코 점막에 짜증 나는 초록색 자극을 발라둔 게 아니고서야 말이 안 된다. 눈물샘을 비집고 매운 기운이 올라온다. 목젖이 뻐근해난다. ’ 이유라도 알자 좀. ’ 대상 없는 짜증이 솟구친다. 누구한테 낸 짜증일까. 나? 아니면 나한테 와사비를 먹인 사람? 그 사람은 누굴까.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의 얼굴에 억지로 x를 크게 친다. 그럴수록 보란 듯이 더 선명한 얼굴을 띄워낸다. 정답을 아는 나와 회피하고 싶은 나의 고요한 전쟁이 시작된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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