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흔든 한마디, 그리고 삶의 방향이 바뀌다
“우리도 나중에 경치 좋은 데서 카페나 할까?”
그날의 말은 참 무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튀어나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 잡더니 삶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도시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좋아하던 일을 하며 살아왔지만, 언젠가부터 ‘좋아하던 일’이 ‘감당해야 할 일’이 되었고, 그 좋아하던 마음조차 무뎌지고 말았다.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면서 조금씩 지쳐갔던 시절이었다. 그래서인지 그 무심한 한마디가 더욱 크게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일에 지칠 때면 우린 가까운 양평의 북한강길을 찾았다. 꽃피는 봄, 매미 우는 여름, 단풍 든 가을, 눈 오는 겨울… 사계절의 시간을 바람처럼 스쳐가며 조금씩 다른 삶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이왕 할 거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보자”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다니던 회사를 무작정 그만두었다.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리지만, 대부분은 용기 내지 못하는 일을 저질러 버렸다. 주변에서 모두 말리는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기로 했다.
창업 박람회를 다니고, 상권을 분석하고, 메뉴를 고르고, 부동산 계약을 하고 인테리어를 하는… 마치 답안지를 보듯 정해진 루트를 따르고 싶지 않았다. '창업의 정석' 보다, 우리만의 길이 필요했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여행도 하고, 좋아하는 것에 가까이 다가가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공부도 하며 천천히 우리가 원하는 삶을 찾아나갔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높은 폐업률, 치열한 경쟁, 감정 소모가 큰 일상… 이 구조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작은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매출과 성장보다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자영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양평의 한적한 마을에 자그마한 땅을 마련했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오가며, 우리의 삶을 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고 싶은 집’과 ‘하고 싶은 일’을 하나의 공간에 담아 1층은 가게, 2층은 집을 지었다. 작지만 오롯이 우리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손님이 없어도 좋아하는 음악과 커피로 충분히 행복했던 그 공간은 지금도 ‘일하며 살아간다’는 말의 의미를 천천히 알려주는 중이다.
하지만 인생은 늘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2025년 2월, 8년간 영업해 온 가게의 문을 잠시 닫아둔 상황이다. 3월엔 암수술이 있고, 5월엔 항암 치료가 예정돼 있다. 약 6개월 이상의 휴업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에게 반년 넘는 공백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불확실한 시간 속에서도 우리 삶의 결을 잃지 않기 위해 쓰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 회사를 떠나기로 한 용기, 우리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간 시간, 손님을 맞으며 배운 삶의 태도, 경쟁보다 관계를 택한 선택, 무너지지 않기 위해 준비한 것들까지 —
모두 꺼내어 차곡차곡에 담아보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화려한 성공담도 거창한 창업기도 아니다. 다만 우리만의 속도로 천천히 살아보고 싶었던 부부의 이야기다.
혹시
나만의 공간, 나만의 삶을 꿈꾸고 있다면
속도를 줄이고 나만의 방향을 찾고싶은 분들이라면
조금은 느려도 괜찮고, 조금은 작아도 충분한 삶의 가능성을 이 이야기 속에서 마주하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