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도쿄를 다녀왔다. 홋카이도와 후쿠오카, 오키나와까지 일본의 웬만한 관광지는 가보기도 했고 이번엔 도시로 가보고 싶었다. 그도 도쿄는 처음이었다. 2박 3일의 일정이었고 항공과 숙소만 미리 예약했을 뿐 구체적인 일정은 계획하지 않았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무계획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어딜 가든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무계획도 괜찮아졌다. 물론 완벽한 무계획은 아니었다. 대충의 계획은 있었다. 그와 내가 가보고 싶은 곳 하나씩과 먹고 싶은 것 하나씩.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관이 있는 와세다 대학교를 가보고 싶었고 먹는 것은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는 자동차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가고 싶었으나 대중교통으로는 갈 수 없는 위치에 있어 빠르게 포기 후 후배에게 전해 들은 롯폰기(정확히는 롯폰기 일루미네이션 야경)와 맛있는 야키토리가 있는 이자카야를 택했다.
짐은 둘이 합쳐 28인치 캐리어 한 개에 백팩 하나 크로스백 두 개. 혹시나 캐리어 무게 초과가 나올까 조마조마했으나 사실 짐을 쌀 때부터 이렇게만 챙겨 가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게 남아 백팩도 캐리어에 넣어버렸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가는 해외여행이라 긴장도가 높은 상태였고 이 정도 무게도 초과되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항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이 트기 전이었으나 비행시간에 맞춰 한꺼번에 이동을 하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코로나로 여행이 어려운 시기를 거치다 보니 사람들이 더 밖으로 나가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키오스크로 미리 항공권을 발급받아 출국 수속을 하는 것도 새로웠고 입국 전 앱을 통해 입국 신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도 신기했다. 수속을 마쳐도 한 시간이 넘게 남아 3층 식당가로 가 그의 아침을 해결했다. 나는 아침을 먹지 않았으므로 그가 순두부찌개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돈가스를 먹고 싶었을 텐데 그래도 밥을 먹네 하며 대견해했다. 앉아 있는 게 조금 따분해져서 식당 밖을 나와 오가는 사람들을 봤다. 웃고 있는 사람들보다 나처럼 긴장된 얼굴의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짐가방 속엔 힘들고 아프고 슬픈 것들이 잔뜩 담겨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을 했다. 그만큼 가방들이 무거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