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일

by zena

잘 참는다. 어릴 때부터 주사나 링거도 잘 맞고 혈관을 못 찾아 여러 번 주삿바늘을 뺐다가 꽂아도 울음을 터뜨리며 괜찮다고, 참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위도 추위도 잘 견디고 오래 걷는 것도 힘들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인내심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상대가 해달라고 하면 우선은 싫다는 말부터 한다. 물론 친한 사람에 한해서. 그래서 상대는 늘 내가 들어주지 않는 것처럼 느낄 테지만 나를 잘 살핀다면 결국 웬만큼은 들어준다는 걸 알 것이다. 그럼에도 왜 그런 식으로 마지못해 해주는 사람처럼 구는 것인지는 모를 것이다. 나조차 그 이유를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으니까. 들어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아니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강해서 들어줄 수 없는 것들도 들어주려고 할 때 생기는 오작동인 것이다. 거절을 한다는 게 어려웠나 보다. 어려우면 어떤 게 어렵고 힘들면 어떻게 힘들다고 정확히 말하면 될 텐데 정확히 전달할 자신이 없어 매번 예민하고 차가운 사람을 자처하는 것이다. 그렇게 참다가 울고 그렇게 참다가 화내고 그렇게 참다가 한순간 모든 걸 놓고 도망치는 버릇까지 겸비하고 만 지경에 이르렀다. 참지 못하는 사람. 어쩌면 견뎌야 했던 순간이 너무 많아서 인내심을 다 써버린 사람. 그게 나라는 걸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에게 거절의 의사를 아프지 않게 전달하는 것도, 견디지 못한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일도 어렵기만 하다. 괜찮고만 싶은데 괜찮지 않은 게 싫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지 좋은 사람이 아닌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인지, 참는 일을 굳이 좋은 사람과 왜 연결 짓는 것인지 나도 내가 너무 이상하고 복잡하고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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