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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Sep 17. 2020

그럴 줄은 몰랐다 (2)


아무래도 오빠보다는 고기였다.     


 고기에 집중하다 보니 자꾸만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져 우린 일단 먹기로 했다. (나만…이었나?) 오랜만에 걷지 못할 정도로 고기를 흡입하고 우리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배가 부르니 이제야 귀가 열렸다. 마음까지 인자해지니 못 들어줄 이야기가 없었다.      


-인생에 쓴맛을 보라고는 했지만 네가 정말 쓴맛을 볼줄이야 크크크

-됐고, 그래서 도대체 왜 회사는 그만둔 거?

-… 그냥…그래서 요즘 뭐 하고 있어?     


 그냥이라니. 말하기 싫은 걸까? 아니면 나한테 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그냥인 건가? 의중을 몰라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 날이 있다. 딱히 자기 이야기 하기 싫은 날. 남한테 충고나 조언 따위로 마음을 숨기고 싶은 날. 내게 고민이라곤 취직 말고는 없었지만 애써 머릿속을 쥐어 짜냈다. 마침 창가여서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 먼 곳을 응시했다.   

   

-요즘 부쩍,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데 만나고 싶지가 않아     


 무슨 개소리인가. 그러니까 내 말은 관계 맺는 게 나이가 들수록 어렵다- 라는 지리멸렬한 말이었다- 라고 뱉으려는 순간-     


-내가 그 기분 알지, 나도 한참 힘들때는 사람들 만나기가 싫었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사람을 만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 그런데 oo야. 어쩌면 그 사람들이, 네가 만나고 싶은 장르라 해야 할까? 성향이라 해야 할까? 아니면 계층이라고 해야 할까? 그게 맞지 않아서일지도 몰라. 속되게 말하면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그 밑이라 사람들과 수준이랄까 그런 게 안 맞는 거지. 그래서 누군가 만나고는 싶은데 아무나 못 만나는 거지. 사는 게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는 말이 왜 있겠냐?     


 뭐지 이 멍멍이 같으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무논리의 논리에 설득당한 것 같은 기분은. 그러면서 오빠는 돈이 벌고 싶어졌다고 했다. 버는 돈만 그저 모으는 게 아니라 돈을 많이 벌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이 사회에서 자신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 중이라고 했다.      


-나는 바닥이야. 더 밑으로 가는 건 없어. 그러니 만약 실패해도 다시 바닥으로 돌아가는 건 쉬워     


오랜만에 보는 오빠의 푸르뎅뎅한 눈빛. 나는 어떤 표정이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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