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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Sep 22. 2020

엄마의 온도(2)

엄마니까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매일 전화를 한다는 이유로 그것으로 되었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족했다. 한편으론 무모하게 보였을 나의 독립 선언이 엄마에게 애달픔일까 싶어 밝은 모습만 보이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울적한 날엔 연락을 못하게 되고, 어쩌다 엄마를 만나게 되어도 말수가 줄었다. 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욕심이 오히려 엄마에겐 거리 두기나 무관심으로 비쳤을 것이다.        


우울증일까.     


 평소 우울감이 있긴 했지만 한 번씩은 산에도 가고 계모임도 자주 가곤 했는데 최근 들어 무릎관절이 안 좋아지면서 활동력이 줄어들게 되자 자연스레 사람들 만나는 것도 줄고 집에만 있다 보니 엄마의 삶은 더욱 무료 해졌을 것이다. 하루라도 밖을 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서 마음이 터질 것 같다고 말했던 기억도 있다. 가만히 짚어보면 이렇게 쉽게 변화를 알아챘을 텐데 이제야 눈치챈 척(?) 하는 내가 미웠다.    

 

이대론 안 된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보았다. 좋아하는 음식, 가보고 싶었던 곳, 하고 싶은 일들 같은 것. 머릿속이 백지다. 떠오르는 게 없었다. 왜일까. 평소 엄마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으니까. 옆에 있다는 이유로 함께 있는 거라고 착각했다. 의무나 책임감만 가지고 엄마를 대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분명, 상처였을 것이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생각은 차차하고, 아니 지금부터 하면 되고 일단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단은 만나고 보자.     


(오랜 신호음)

-뭐하노? (짐짓 밝은척)

-으응…(또 묘하게 일정한 톤에 이상한 상냥함이 묻어 있다) 왜?

-오랜만에 엄마랑 커피나 한 잔 할라고… oo에서 보까?     


침묵과 침묵 그리고 또 침묵이 흘렀다.     


-아니면 내가 집으로 가까? 집에서 밥이나 먹으까?

-응?????     

응???? 으응???? 뭐지? 갑자기 뭔가를 감추는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응 지금 친구 만나고 있다

-아, 친구? 친구 누구? OO아줌마?

-아니…있다

-있다고? 누가?

-….     


이것도 분명,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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