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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Feb 20. 2021

빵 소년(1)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다.     


 20대의 앳된 얼굴이 나를 향했다. 한 손엔 지역에서 꽤 유명하다는 빵집의 로고가 박힌 빵 봉지가 들려 있었다. 관광객이구나- 생각했다. 편견이지만 20대 남자가 여행을 목적으로 이곳 책방으로 왔다는 건 보통, 인스타 감성을 인증하고 싶은 경우가 많았다. 나는 조용히 할 일에 몰두했다. 그가 편안하게 공간을 둘러보고 가길 바라며, 다음번엔 정말 책을 보러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꾸 눈길이 갔다. 조용히 책들을 펼쳐보는 그 손길에 이상하게 눈이 갔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에너지, 파장이 느껴졌다.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 두었지만 나의 모든 신경들은 그를 향했다. 보통 책방에 오는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책들이 모인 곳에 오래 머물거나 혹은 그런 것들을 오래 찾는다. 사진을 찍으러 오는 경우도 힙하고 핫한 곳이 과연 어디  있을지 구석구석 찾아보려는 에너지가 있다. 하지만 빵 소년(그렇게 부르기로 했다)은 마치 뭔가를 살피는 것처럼 책을 펼쳐 들었지만 책을 보진 않고 온몸으로 책방을 훑었다. 내 시야를 벗어난 곳까지 살펴본 후에야 그는 아주 작은 소리로 인사를 하곤 책방을 떠났다.      


 사진 한 장 찍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빵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군건 아닌지, 다른 책방에 가서라도 좋은 기억을 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택배 처리를 하기 위해 책방을 잠시 비웠다. 돌아오는 길. 저 멀리서 빵 소년이 보였다. 내 책방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책방 앞에 서 있는 그가 순식간에 잡지 하나를 잡아채곤 옆 계단으로 후다닥 뛰어 올라갔다. 그건, 그건 도둑질이었다.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해석하려 도리질을 하며 걸었다. 계단 앞에 다다랐을 때 빵 소년은 나를 지나쳐 내려갔다.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도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발걸음이 불안정했다. 나에게 들킨 것에 당황한 모습이 상습적인 건 아닌 듯 보였다. 나는 가만히 그리고 계속 그를 바라봤다. 소리를 질러야 할지 그냥 보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고 내가 본 행위가 진실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도 가도 못하는 그의 모습이 분명 눈 앞에 펼쳐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만 남았다. 그냥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우선 빵 소년이 책을 훔쳐간 책방으로 향했다. 사장님은 자리에 없었다. 사장님부터 찾아야겠다고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그가 내게로 다가와 우두커니 섰다.      


-책, 가져갔죠?

-네      


 조용히 그러나 날카롭게 말하고서 그를 올려다봤다. 어진 빵 소년의 얼굴이 그래도 이 행동이 잘못된 걸 아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 역할은 여기서 끝내고 그가 훔친 책방의 사장님께 판단을 맡기자 결심하곤 사장님을 찾으려는데 갑자기 빵 소년이 무언갈 꺼내 들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이미지출처

https://m.blog.naver.com/akraka75/222102103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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