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zena Apr 14. 2021

나를 위로하는 방법


 대낮에 빛을 받은 잎들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의자가 있으면 가릴 것 없이 누워, 한없이 반짝이는 잎들을 바라본다. 세상살이 근심이나 걱정 따윈 원래 없었던 것처럼 마음이 잔잔해진다. 가끔씩 두 다리를 번쩍 들어 하늘 자전거를 해보면 꼭 하늘을 걷는 기분이 들어 아이처럼 까르르 웃음이 난다. 어둠이 내린 밤이 오면 찬란한 햇볕은 사라지지만 대신 가로등 불빛을 흠뻑 머금고선 고요하게 잎들이 흔들린다. 슬픔이 조금 고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 잘 살아내었다는 칭찬을 받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너무 늦지 않은 시간이면 저녁 산책을 핑계로 밤의 잎들을 즐긴다. 어떤 날들, 많은 날들을 그렇게 한참 나무 밑에 누워 시간을 흘려보냈다.     

흘러가고 흘러오고     


 파도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 흘러가고 흘러오는 것뿐인데 그런 반복을 바라보는 일이 나는 즐겁다. 낮이건 밤이건 바다가 보고 싶으면 곧장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때론 남의 차를 얻어 타고서 바다로 간다. 정확하게는 바다를 본다기보다 파도를 바라보는 일이다.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무한한 파도의 움직임은 나를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그래, 세상 사는 것은 그저 흘러가고 흘러오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해보면 아주 쉬운 거라고 파도가 일러주는 것만 같다. 끝도 없이 반복하는 파도의 성실함을 지켜보며 내가 하는 노력들은 저 파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파도의 곁을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쓸쓸함을 조금 담은 미소다. 그들이 마치 나와 같아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 또한 치유의 시간이었다.     


만날까 말까 만날까 말까     


 힘들고 아프다고 말하면 달려와 줄 혹은 커피라도 한 잔 사줄 이들이 있다. 하지만 마음은 갈팡질팡이다. 해결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무거운 마음이 절대 가벼워질 것 같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끙끙 앓다가 마음에 쌓이고 쌓여 더이상 담아둘 수 없게 되고서야 구조 신호를 보낸다. 내가 먼저 보자고 해놓고도 표정이 좋지 않고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나를 알아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다 괜찮다고,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속으로 스스로 몇 번이나 되새기고 밖으로 몇 번이나 뱉어낸 말이지만 남이 해주니 다르다. 이해받는 기분이 어떤 해결책보다 더 빠르게 나를 침잠 속에서 건져낸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없었던 기운이 조금 솟아난다. 그렇게 나쁜 마음들을 희석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나아있다. 매번 갈팡질팡했던 내가 조금 우습다.     


내게 묻는다     


 두렵고 무섭지 않냐고. 늘 왜 어려운 길로 가냐고. 지겹지도 않게 매번 내게 묻는다. 두렵고 무섭다. 많은 시간이 허무하다. 쉬운 길이 있다면 내게 알려달라고 하고 싶다. 그런 길로 나도 가고 싶다. 이런 질문 혹은 질시를 받을 때면 나는 흔들리는 나무를 찾으러 간다.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러 간다. 내 곁에 있어 주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어떤 날들, 많은 나날들을 나를 위로하는 방법조차 몰라서 그것조차 서러워 울었으나, 나는 이제 아무렇게나 주저앉아 울지 않는다. 나를 안아주고 위로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참, 다행이다




작가의 이전글 모르는 척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