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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na Jun 23. 2021

나도 내가 아픈 게 지겹다

이상하다.         


 눈을 떠보니 늦은 아침이다. 할 일들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지만, 눈만 끔뻑거리고 몸은 비비적거린다. 여기저기 뻐근하다. 일주일 동안 쉬지 않고 일을 하고 달리고, 바벨을 들고 잽- 잽- 거리며 주먹도 날리고, 주말엔 1시간 넘게 등산까지 했으니 안 피곤한 게 어쩌면 이상하다.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는데 반을 갈라 왼쪽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비가 온 듯한 경직감을 느낀다. 그리고 쿡쿡쿡을 동반한 찌릿과 저릿의 사이 어디쯤 걸쳐진 통증들. 최근 들어 잦아진 고관절 통증과 거울을 볼 때마다 틀어지고 있는 몸을 보며 밑바닥까지 내려간 울적함이 이젠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넓어지고 깊어졌다. 또 아픈 걸까? 도대체 왜.        


인공 고관절 생활인 7년 차          


 의사 선생님은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해도 좋을 만큼 튼튼하다며 호언장담을 했지만 인공 관절의 수명은 현재 길어야 10년이고 수술 후유증 혹은 합병증도 언제나 있을 수 있다는 말로 내게 환희와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너무나 현실적인 말들에 현실 밖으로 이탈해 버렸다. 그때부터 내 마음속 어딘가엔 작은 모래시계가 자리를 잡았고 뜨문뜨문 통증이 올 때마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우수수수- 싸아- 하고 떨어졌다. 버릴 수 있다면 모래시계 따윈 없으면 좋겠는데, 수십 번 버린다고 버려봐도 통증이 찾아오면 어김없이 모래시계가 툭 하고 튀어나와 모래들을 쏟아낸다.          


누구나 아프다 .         


 특별하게 생각하고 싶진 않아 굳이 꾸역꾸역 아침 운동을 갔다. 하지만 바벨을 드는 순간 삐지직- 하고 깊은 통증이 왼쪽으로 퍼졌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이 삐뚤빼뚤 조각나는 것만 같아 고개를 들 수 없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얼른 사라지고 싶었으나 끝나려면 40분이나 더 있어야 했고 나는 얼어붙었다. 눈물이 찔끔 났다. 몸이 아프다는 것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것 그래서 너무 쉽게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는 것 그리하여 예전처럼 스스로가 미워 견딜 수 없다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럴 때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멋대로 자른 앞머리가 자꾸만 뚜껑처럼 들리는 바람에 쓰고 다니는 모자도 나를 숨겨주니 적어도 남에게 완전한 비참함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까 그것도 다행이다- 하며 마음속 모래시계를 부수고 또 부셨다.          

     

그렇게 3일이 지났다.         

 

 여전히 아프고 더 길어지면 어쩌나 불안하다. 7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3년 남았나-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한다. 아침저녁으로 스트레칭도 하고 그냥 아무렇게나 누워도 있었다. 며칠째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그래도 괜찮다. 그래도 괜찮으니까 그냥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지겨운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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