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체스토리 한 컷 툰
겨울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심코 고개를 들었을 때, 하늘은 하루를 마무리하듯 천천히 노을빛으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었는데도, 그날의 노을은 이상하게 오래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마치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건드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 순간, 예고도 없이 그리움과 외로움이 밀려왔습니다. 쓸쓸하다는 감정이 몸 안을 천천히 채우는 느낌이었습니다. 딱히 슬픈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겨울의 노을은 그렇게 이유 없이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낮과 밤이 맞닿는 그 경계에서, 마음도 함께 기울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새 달력은 1월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면 우리는 늘 비슷한 기대를 품습니다.
올해는 조금 더 부지런히, 조금 더 활기차게 살아가야지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마음은 생각처럼 따라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의욕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생각은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겨울이라는 계절이 가진 계절의 특성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해는 짧아지고, 자연스럽게 바깥 활동은 줄어들며, 햇볕을 마주하는 시간도 점점 적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흔히 말하는 ‘겨울철 우울감’, 이른바 윈터 블루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자도 자도 졸리고,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버겁게 느껴지며, 사소한 일조차 귀찮아집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겨울잠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이런 윈터 블루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합니다.
추워도 잠깐이라도 밖으로 나가 햇볕을 쬐고, 몸을 움직이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지요. 알고 보면 아주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다만, 그 단순한 일들이 겨울에는 유난히 어렵게 느껴질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겨울이 주는 이 우울함이 꼭 나쁘기만 한 감정일까 하고 말입니다. 그날 노을을 보며 느꼈던 그리움은, 한동안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기억과 사람들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문득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망설이다가 아주 오랜만에 메시지 창을 열어 짧은 인사를 건네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 짧은 한마디로 이어지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서로의 지금을 묻고, 웃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마음을 조금씩 꺼내놓습니다. 겨울의 쓸쓸함 덕분에 다시 이어지는 인연이라면, 그것 또한 이 계절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요.
겨울 아침, 이불속에서 조금 더 머무는 그 몇 분의 시간도. 다른 계절보다 훨씬 달콤하고 유혹적입니다. 이불을 걷어내고 나왔을 때 얼굴을 스치는 차가운 공기조차, 막상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을 또렷하게 느끼게 해주는 감각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계절은 결국 지나갑니다.
지금의 무기력함과 우울함도,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옅어질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겨울은 잠시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돌아보라고 말해주는 계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노을은 어김없이 지고, 하루는 그렇게 조용히 마무리됩니다. 조금 느리고, 조금 쓸쓸해도 괜찮습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다시 햇볕은 길어지고, 마음도 그 빛을 따라 천천히 밝아질 테니까요. 지금의 이 감정들 또한, 언젠가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