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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음악을 들은 지 10년째다.

물론 그 전에도 음악을 안 들었던 건 아니다.

by 김도헌

제대로 음악, 아티스트, 앨범, 그리고 그 역사에 미치기 시작한 지 정확히 10년이라는 거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음악을 들으며 글쓰기도 본격적으로 같이 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걸 더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고, 알려주기 위해서 더 많은 지식을 넣겠다는 겁 없는 의지가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쓰고 아무도 찾지 않을 블로그를 열게 했다.


그 10년 동안 나는 거의 미쳐있었다. 이어폰 하루 종일 꽂고 다니는 더벅머리 괴짜였고 밤 새 가며 앨범을 리핑하고 블로그에 글을 쓰던 게 십 대 시절 흔한 기억이다. 라디오헤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꼭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나 같이 음악에 미쳐 정신 나간 친구가 분명 이렇게 살고 있을 거라는 다짐으로 쓰고 듣고 또 들었다.


10년 지난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을 공간에 누구도 관심 없는 글을 쓴다. 목마른 듯 정보를 뒤지고 망할 대중음악은 알아야 할 게 왜 이리 많냐며 욕하면서도 노트에 글을 적고 A4지를 인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좌절하기도, 실력을 다듬을 공간을 찾기도, 평가받고 지적받으며 현장의 맛보기를 하기도 했다. 역시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게 뭐라고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며 살기도 했다. 분명 나는 다를 것이야. 아무도 관심 없고 신경 쓰지 않아도, 돈이 안 돼도, 취미에 머무를지라도 결국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던 덕이다.


이런 자신만만함과 굳은 결의는 자기 위로의 한 수단일 뿐이다. 그 10년은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고통의 기간이기도 했다. 나는 안 될 거라는 열등감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적이다. 남들만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한 일이니 열등의식이 자연스럽려야 안 자연스러울 수 없다. 정말로 나는 많은 사람들을 질투하고 자신을 깎아내리며 살아야 했다. 대단한 재능은 셀 수 없었고 몇십 년의 내공은 감히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었다. 멋지고, 늠름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에 비해 나의 말투는 계속 움츠러들고, 숨어서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지내자는 행동이 바탕에 깔렸다.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고 고쳐나가야 할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장 어디 가서 나 잘났네 하고 다닐 수 있는 수준이 안된다. 그래서 더 노력하고 더 밤을 새우고 더 뛰어다녀야 한다. 때때로 이 길의 끝이 대체 언제쯤 푯말의 끄트머리라도 보여줄는지 하는 생각에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 제한된 상황은 꼭 결정적 순간에 발목을 잡는다. 그래도 듣는 수밖에, 쓰는 수밖에 없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렇다. 또 이만큼 좋아하는 게 없어서 그렇다.


막막해서 지식인이나 켜야 했던 그때와 비교하면 모든 여건이 좋다. 가야 할 길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마으만 먹으면 어떤 분야든 최첨단의, 최고의 능숙을 보장받을 수 있다. 향후 10년이 지나고 2027년에는 어떤 문장의 10년을 그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되고 싶다 하는 청사진은 생겼다. 바로 이것이 시작할 때의 10년 전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일 테다.


나는 비범해질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나를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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