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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Nov 14. 2018

마블의 아버지 스탠 리, 뮤지션도 사랑한 그의 히어로

스탠 리가 창조해낸 캐릭터에 대한 뮤지션의 헌사

거대 엔터테인먼트 회사 마블의 역사, 스탠 리(Stan Lee)가 향년 95세로 운명했다. 1939년부터 마블 코믹스에 입사해 스파이더맨, 헐크, 엑스맨, 판타스틱 포 등 저명한 슈퍼 히어로들을 만들어낸 그는 마블 편집장을 거쳐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마블 엔터테인먼트의 명예 회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2000대 마블 만화책 속 영웅들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살아나 세계를 휘어잡으면서 스탠 리의 명성도 더욱 높아졌고, 2011년에는 할리우드가 그 공을 인정하여 2428번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기도 했다. 전 세계가 그를 추모한다.

스탠 리가 창작한 캐릭터들과 세계관은 만화와 영화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행사했다. 음악계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비틀즈의 멤버부터 뉴욕 펑크 록의 전설은 물론 대중음악의 저명한 작곡가들까지 마블 코믹스를 사랑했다. 스탠 리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노래들로 ‘스탠 더 맨’의 마지막을 기려본다.


1969 더 트레이츠(The Traits) ‘Nobody Loves the Hulk’


평소에는 점잖은 과학자지만, 화가 나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거대한 녹색 괴물로 변하고 마는 캐릭터 <헐크>. 1969년 발표된 ‘Nobody loves the hulk’는 마블 코믹스 캐릭터를 주제로 한 최초의 대중음악 노래로 꼽힌다. ‘꼽힌다’는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는, 이 곡을 녹음한 밴드 더 트레이츠(The Traits)가 이 한 곡만을 남기고 사라진, 틴에이지 밴드인 탓이다.

1960년대 후반 더 킹크스(Kinks), 퀘스천 마크 앤 더 미스테리언스(? And the Mysterians) 등으로 인기 정점에 오른 개러지 록은 간결한 로큰롤 사운드에 거친 로파이(Lo-Fi) 질감으로 대표된다. 트레이츠의 헐크 주제가 역시 빠른 템포에 저돌적인 에너지가 빛나는, 개러지 록의 특징을 잘 들려준다.


1975 폴 매카트니 앤드 윙스 ‘Magneto and Titanium Man’



특수한 신체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돌연변이들의 이야기 <엑스맨(X-Man)>도 스탠 리의 작품이다. 비틀즈 해체 이후 본인의 밴드 윙스(Wings)를 이끌고 있던 1970년대의 폴 매카트니가 이 시리즈의 광팬이었다. 그 열정은 폴 매카트니와 윙스의 네 번째 정규 앨범 <Venus And Mars>(1975)에 캐릭터를 주제로 한 곡을 수록하기에 이르는데, 그 노래가 바로 5번 ‘매그니토와 티타늄 맨(Magneto and Titanium Man)’이다.

엑스맨 속 매그니토는 금속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의 소유자로 유명하지만 티타늄 맨과 가사 속 등장하는 ‘크림슨 다이나모’는 생소하다. 이들은 ‘아이언맨’ 코믹스에 등장하는 악역으로, 아이언맨의 바디 슈트에 대항해 구소련에서 개발한 바디 슈트를 입고 싸우는 이들을 지칭한다. 이야기꾼 폴 매카트니는 이 세 캐릭터를 엮어 엘튼 존 스타일의 가벼운 로큰롤로 엮어냈다.


1987 조 새트리아니 ‘Surfing With Ailen’


매끈한 몸체에 은색 서핑 보드를 탄 실버 서퍼는 <판타스틱 포> 히어로의 적이다. 1966년 스탠 리가 마블 코믹스의 또 하나의 전설 잭 커비와 함께 만들어낸 캐릭터다. 1956년생 기타리스트 조 새트리아니(Joe Sattriani)는 1987년 발매한 <Surfing With The Ailen> 앨범 커버에 실버 서퍼의 활공 모습을 삽입했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기타 고수 새트리아니는 스티브 바이, 메탈리카의 커크 해밋, 앤디 티몬스 등 시대를 풍미한 기타리스트들의 스승(Guru)이다. 재즈와 록을 오가며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과 톤을 들려주는 그의 별명은 ‘외계인’, 외계에서 날아온 실버 서퍼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겹쳐진다. 연주곡만으로 채워진 <Surfing With The Ailen>은 ‘기타 신’ 조 새트리아니를 대표하는 명반이다.


1995 몬스터 마그넷 ‘Ego, The Living Planet’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2>에는 독특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분)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에고(Ego)라는 이 남성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멤버들을 환영하며 그들을 자신의 행성으로 피난시켜주는데, 사실 그는 행성의 주인이 아니라 행성 그 자체, 살아있는 행성(리빙 플래닛)이다. 1966년 <토르>시리즈를 통해 첫선을 보였으니 꽤 오래된 캐릭터다.

미국 록 밴드 몬스터 마그넷은 이 캐릭터에 영감을 받아 ‘Ego, The living planet’이라는 제목의 곡을 헌사하기에 이른다. 팀의 리더 데이브 윈도프는 유명한 1960년대 코믹스 마니아로, 이 곡을 통해 마블 코믹스의 팬들과 소통하고자 했으나 정작 공연장에서 알아주는 이가 없어 서운했다는 심경을 인터뷰로 털어놓은 바 있다.


1995 라몬스 ‘Spider-Man’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뉴욕 빌딩 숲 사이로 거미줄을 뿜어내는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을 생각하면 절로 흥얼거려지는 멜로디다. 뉴욕 펑크 록의 전설 라몬스는 1967년 처음 등장한 이 멜로디를 1995년 저돌적인 로큰롤로 커버하며 록 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이 곡은 라몬스의 14번째 정규 앨범 <¡Adios Amigos!>에 수록됐다.

언급한 대로 이 곡의 원작자는 라몬스가 아니다. ‘스파이더맨 테마’의 주인공 중 한 명 폴 프랜시스 웹스터는 저명한 영화음악 작사가로, 아카데미 어워즈에 16차례나 후보로 올랐으며 3차례 수상한 경력의 소유자다. 작곡가 로버트 해리스는 폴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1962년 영화 <롤리타>의 테마에 크레딧이 올라와 있다. 2007년 영화 <스파이더맨3>에는 캐나다 출신 유명 재즈 보컬 마이클 부블레가 이 곡을 커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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