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에겐 소속사와 팀 단위의 확실한 계획이 있다.
있지의 다섯 멤버 예지, 리아, 류진, 채령, 유나는 'Wannabe'의 후렴에서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진 않아, 난 그저 나이고 싶어(I don't wanna be somebody / Just wanna be me)'를 힘차게 외친다. 하지만 의도와는 반대로 멤버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지는 이 지점에서 곡명처럼 수많은 '워너비'들의 흔적이 포착된다.
투애니원 스타일의 멜로디와 메탈 기타 리프의 후렴부, 블랙핑크와 레드 벨벳이 겹쳐가는 5인조 구성과 보컬 운용, 미스에이와 트와이스로부터 이어받은 JYP 특유의 활기찬 이미지가 한 데 모여 있다. 제목은 '달라달라'였으나 그리 다르지 않았던 데뷔곡의 기조를 이어간다.
흥미롭게도 이 '다르지 않음'은 있지가 데뷔 후 빠르게 인기를 확보하며 대중적 성공을 거두게 만든 으뜸 요소다. 이들은 독특한 콘셉트나 사운드, 스토리텔링 대신 거대 기획사의 일반적인 육성 및 데뷔 과정, 보편적인 걸 크러쉬를 따른다.
< ITz Me >의 곡들은 2010년대 초 EDM 유행을 적극 참고하고 리틀 믹스, 피프스 하모니 등 해외 걸그룹들의 스타일을 닮았으며 '누가 뭐래도 난 나야'('Wannabe'), '태생이 그래 난 흥이 넘쳐 / 열일곱 살인데 뭐 그래 봤자'('That's a no no') 등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가사를 뱉는다. 활용하는 작법 모두가 현재보다 과거와 가깝다.
마치 앞서 언급한 선배 그룹들 및 과거 케이팝을 종합한 평균치를 보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있지는 JYP 걸그룹의 계보 중 가장 평범한 팀이 됐다. 복고의 원더걸스, 당당한 미스에이, 발랄한 트와이스만큼 확고하지 않다. 미국식 펑크(Funk) 디스코에서 유로 댄스와 일렉트로닉으로 선회하는 최근 소속사의 음악 기조만이 선명한데, 이마저도 케이팝 규격에 다듬어진 탓에 듣는 재미가 반감된다.
퓨처 하우스를 개척한 DJ 올리버 헬덴스(Oliver Heldens)의 'Ting ting ting', 혁신적인 샘플 운용과 과감한 구성으로 주목받은 소피(SOPHIE)가 참여한 '24Hrs'가 그 예로, 놀라운 작곡가의 이름값에 비해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평범하다.
로킹한 기타 연주를 더한 'Wannabe' 역시 다양한 샘플을 운용했으나 밀도 있게 신인의 패기를 밀고 나가던 '달라달라', 'ICY'만큼의 쾌감이 크지 않다. 그래서 비교적 귀에 잘 들어오는 곡들은 확실한 노선을 갖춘 곡이다. 강렬한 록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Nobody like you'나 뭄바톤으로 시작해 트랩을 섞어 강한 기조를 이어가는 'That's a no no', 처지는 부분 없이 정직한 파티 튠 'I don't wanna dance'가 흐트러짐 없이 당찬 이미지를 향해 달려간다. 'ICY'의 그루비한 면모보단 '달라달라'의 과감한 질주야말로 대중이 그들에게 바라는 것임을 정확히 파악했기에 가능한 포지셔닝이다.
있지에겐 소속사와 팀 단위의 확실한 계획이 있다. 대중성이 실종되고 팬덤 위주 소비로 재편되는 케이팝 시장에서 이들은 오히려 고전적인 전략을 채택해 범 대중적인 '국민 걸그룹'을 꿈꾼다. 숱한 선배 'Wannabe'들의 모습을 닮아야 하고 '달라달라'라 말하지만 묘한 기시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겠다는 조바심 대신 잘하는 것에 집중하며 답을 찾으려는 전략, 세대교체의 시기를 노려 대중적 성공을 거뒀으나 아직 이 팀에게 어떤 개성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흥행을 바탕으로 '누가 뭐라 해도 난 나야 / 난 그냥 내가 되고 싶어'라는 노랫말을 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