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연과 아이들은 이 포효를 오래 끌고 가고자 한다.
‘LION’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 퀸덤 >을 (여자)아이들(이하 아이들)의 대관식으로 만들었다. ‘내가 왕이다’라는 선언 아래 흐트러짐 없는 퍼포먼스와 멜로디는 범람하나 부족했던 걸 크러쉬에 실망한 대중의 갈증을 삽시간에 해소했다. 과감한 언어와 당당한 무대의 밑그림을 그린 후, 팀원들의 개성을 명확히 파악해 곡을 설계하는 팀 내 메인 작곡가 전소연의 감각과 이를 기대 이상의 퍼포먼스로 펼쳐내는 멤버들의 호흡 모두 제대로 물이 올랐다.
스스로 왕관을 쓴 김에 < I trust >로 쐐기를 박고자 한다. ‘LION’의 지휘 아래 정돈된 콘셉트의 세 곡이 굳히기에 들어간다. 민니의 인트로부터 후렴으로 다가가는 빌드업, 멜로디와 무드까지 여러 면에서 전작과 닮은 ‘Oh my god’과 ‘사랑해’, ‘Maybe’가 고혹적이고도 확고한 믿음을 내비치고 있다. < I made >에서 종종 들리던 앳된 면모를 걷어내며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덤.
굳히기 모델인 만큼 새롭진 않고 ‘LION’만큼 대단하진 않지만, 다양한 변주를 통해 자가 복제나 지루함의 함정을 잘 피해 간다. ‘Oh my god’은 ‘Senorita’의 라틴 팝 비트와 808 베이스의 묵직한 사운드를 교차하며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 모두를 납득시킨다.
넵튠스 전성기의 ‘Drop it like it’s hot’처럼 혀 튕기는 소리로 출발하는 ‘사랑해’도 차분한 무드 위 열렬한 감정을 풀어놓으며 흥미로운 대비를 이루고, 건조한 여백 위 여린 보컬과 비트, 멜로디를 미니멀하게 교차하는 것이 캐시미어 캣(Cashmere Cat)을 연상케 하는 ‘Maybe’도 제 몫을 해낸다.
준비된 이들이 기회를 잡았고 전소연과 아이들은 이 포효를 오래 끌고 가고자 한다. 당장의 기세는 물론 장기적인 발전의 수까지 다지는 데 효과적인 청사진을 그렸다. ‘LION’ 이후 방향키가 되어줄, 자신감 어린 새 출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