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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헌 Apr 29. 2017

아이유 < Palette >

뭐 아무튼, 새로운 세계


스물다섯의 아이유는 '이제야 날 좀 알 것 같다'라고 선언한다. 'I'm twenty three 난 수수께끼'였던 스무  살의 복잡 미묘한 일탈은 차분한 앨범 전체 무드처럼 가라앉았고, 앨리스, 제제, 도로시를 오가며 가져온 형형색색 컬러는 구획별로 잘 정돈된 시간의 팔레트에 가지런히 얹혀있다. < Palette >는 불완전한 청춘의 민낯을 안정적으로 포착해낸, 기묘한 자화상이다.


짧지 않던 무명 생활과 국민 여동생 등극, 가요계 레트로 뮤즈를 거쳐 숱한 논란까지. 아이유의 지난 10년은 파란만장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할 말 많고 제일 삶에 대해 고민했을 20대다. 안주하며 살 수도 있었지만  < Chat-Shier >의 발칙한 도발로 뻔한 길은 재미없다는 걸 보여줬다. '좋은 날'의 국민 여동생은 하고 싶은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었고 그 주제는 자신의 진솔한 삶의 과정, 그 느낌들이었다. < Palette >가 변화와 새로운 시도 같지만 사실 그 담론은 어느 정도 이어져 예측할 수 있는 차원이기도 했다. 


이렇게 자연스레 등장한 아이유의 스물다섯은 건조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위태위태하면서도 똑바른 길이 놓아져 있다. 전작의 '새 신발'과 같은 인트로의 역할을 맡은 '이 지금'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의 이름이면서 활력을 잃지 않고 새 작품에 대한 소개를 착실히 해나가고, 곧바로 이어지는 '팔레트'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 이후 차분하게 가라앉는 발라드 시리즈 '이런 엔딩', '마침표'에서는 서정적인 이별 이야기를 풀어내고, '밤 편지'는 제일 잘 하는 레트로 감성을 소환하면서 '잼잼'에는 선우정아의 힘을 얻어 살짝 발칙해지기도 한다. 이 모든 트랙마다 보컬 컬러를 원숙하게 바꿔내면서 곡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제조하는 건 덤. 안정적인 프로듀싱 위에 R&B + 신스팝 + 정통파 발라드, 그리고 능숙한 보컬이 더해지며 무난한 작품을 빚어낸다.


이 곡들은 현재 20대들, 청춘들의 복잡 미묘한 취향을 꿰뚫어 본다. 정답 없이 나아가지만 철없던 때보단 성숙하다는 걸 느낄 나이, 신나는 노래 무아지경 파티보다는 사람 드문 조용한 공간의 감성을 찾을 나이, 뜨거운 사랑, 설레는 사랑도 한번쯤 끝을 겪고 덤덤하지만 상처를 숨기거나 다시 또 누군가를 찾는 나이, 노력해야 하는 건 알지만 그 목표를 스무 살 이후 처음 다시 고민해야 하니 막막해질 수밖에 없는 나이... 그게 지금의 20대 중반들이다. 아이유의 성장기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것이 관통하는 감성은 곧 청춘의 민낯 혹은 자화상이 되어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를 어떻게든 음악으로 풀어내어 차트에 줄을 세운다는 것이 아이유의 힘이다. 


한 아티스트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20대의 날 것 감성을 듣고 공감하고, 또 다시금 새겨볼 캐릭터의 등장을 보게 됐다. 그 청춘에는 사실 정답이랄 게 없다. 어디까지나 1993년 이지은, 아이유의 인생일 뿐이다. 이 작품에 각자의 삶을 투영한다거나 그 이상의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그 인생일 뿐이니까. 저 친구는 이런 삶을 살고 있구나 하며 듣고 또 알아보면 된다.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건 아쉽지만, 아티스트가 자기 목소리 내기가 어디 이 땅에서 쉬운 일인가. 뮤직비디오의 첫 장면처럼 새 영역에 눈을 뜬 또 다른 아이유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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