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치 <수궁가>

그냥, 잘 했기 때문입니다.

'범 내려온다' 한 곡을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Feel The Rhythm of Korea' 광고 시리즈는 물론이고 '갤럭시 Z 플립', 라디오 스테이션과 각종 매체에서 <수궁가>의 넘버들이 올 한 해 꾸준히 대중에게 소개되었습니다. 언뜻 '퓨전'이라는 언어로 희석되고 새로움에 경도되나 이날치의 성공은 판소리의 원형에 집중한 것에 있습니다. 스포큰 워드(Spoken Word)의 핵심을 짚어 멜로디 악기를 제하고 리듬 악기를 주로 내세웠으며, 발췌와 가공을 거쳤으되 소리꾼들에게 팝의 형태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유행'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힙'은 원래 대중적이지 않더라도 확고히 취향을 가져가는 이들에게 붙는 호칭이었습니다.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수궁가>가 2020년 가장 '힙한 음악'이 된 데는 다른 거창한 이유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냥, 잘 했기 때문입니다. 

이날치X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 범 내려온다 [유희열의 스케치북/You Heeyeol’s Sketchbook] 2020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