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만 즐기다가 빈털터리 백수의 삶이 두려워졌다.
서핑에 빠져 지낸 두 달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나의 제주,
이주하고 나서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제주에 적응하기 한 달,
새로운 취미생활,
서핑을 즐기면서 두 달,
그 사이에 계절이 바뀌었다.
(지나) "얘들아, 일어났어?"
꾸꾸는 오늘도 소파에서 뒹굴뒹굴 중이고,
뿅이는 창가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아이들은 제주살이에 익숙해져서,
서울에서 지내던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좀 더 자유롭게,
마당과 정원을 들락거리면서 활동 반경이 넓어졌다.
나 역시
회사생활만 하던 때와 달리,
서핑에 푹 빠져서 바다도 다니고,
제주의 자연을 즐기면서 차를 끌고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열심히 운동하고,
제주를 즐긴 만큼
나는 많이 새까매지고 제주사람이 다 되었다.
그런데...
나의 통장 잔고는 홀쭉해지기 시작했다.
'제주에 내려올 때
사업하려고 했었잖아!'
슬슬.......... 미뤄두고 미뤄둔
막막하지만 내 사업을 시작해야 할 때였다.
30살
제주에서 무직자
직장을 구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제주에 꿈을 꾸며 내려왔다.
그냥 고향에 내려와서 빈둥빈둥거리려는 게 아니었다.
바로 셀프웨딩드레스 사업...!
아침 운동을 하면서 생각을 했다.
'이제 뭐 부터 시작할까?'
'온라인 홈페이지부터 셋팅?'
'마케팅?'
사실
제주로 이주하기 몇 달 전부터
사업을 준비하면서
상품매입을 하고 홍보마케팅 및 촬영컨셉을 잡았다.
이제 막 준비 중인 시작 단계고,
사업을 위해 필요한 건
집중하고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지나) “얘들아, 엄마 노는 건 그만해야겠어!”
“이제 빈둥거리지 말고 사업 준비 제대로 해보자!!”
노트북을 켜고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적기 시작했다.
가게
셋팅
고객은 관광객 대상
제주에 촬영 오는 커플을 위한 사업이었다.
아이디어는 이미 서울에서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성공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였고
공급은 없이 수요가 확실했다.
마케팅을 위한
사진촬영과 제품도 준비해 둔 상태였고,
이제 시작만 하면 되는 상황.
Nanadress - Self Wedding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고 사업자 등록 후,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고
판매 제품들을 등록하고, 손님을 받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빈털터리...
고객이 생기고 사업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나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지나)"꾸꾸야, 엄마...... 당분간 알바라도 다녀야 할 것 같아..."
(꾸꾸,뿅) ".............냥?"
(애들은 오랜만에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내가 가만히 있자, 손가락을 방해하려고 키보드 위를 서성이며 요리조리 움직였다.)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꾸꾸는 키보드 위에 뱃살을 깔고 누웠다.
ㅇㅇㄷㅅㅍㄴㅐㄹㄷㅏㅣㅑㅓㄹ......
(지나)"하하하 ㅋㅋㅋㅋ 미치겠네 ㅋㅋㅋ 꾸꾸야 비켜"
제주살이를 시작하면서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해보았다.
천천히 제주를
내 일상이자, 내 고향이었던 이곳을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제주.
어색하고 조금은 불편했던 제주가
조금씩 나의 공간이 되었다.
나의 미래는 아직도 불투명하지만,
나를 웃게 해 주는 귀여운 고양이들과 함께
따뜻한 집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꾸꾸가 키보드에서 내려가고,
뿅이가 다가왔다
(지나) "얘들아, 언니 이제 진짜 시작할 거야."
뿅이가 내 손을 핥았다.
(지나) "응원해 주는 거야? ㅎㅎㅎ 고마워"
나는 두렵지 않다.
제주라는 새로운 곳에서
사업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앞두고 있지만,
응원해주는 아이들과 함께, 앞을 향해 달려가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