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이기고 싶은 마음

by 행동하는독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마지막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음식 먹은 식탁에서 커피 받는 곳까지 거리도 꽤 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자꾸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연습도 시킬 겸 심부름을 보냈다.

“뭐라고 하고 가져와요?”

“우리 아빠 드실 커피 한 잔 주세요.라고 하면 돼~”

아이는 부끄럽다며 약간 망설였지만, 바로 협상을 시도했다.

“그럼 커피 가져다드리고 나가서 게임해도 돼요?"

나는 허락을 했고, 아이는 동생과 커피를 내려주는 곳으로 갔다. 말하지 못하고 약간 주저하는 모습을 보는데 웃음이 났다. 동생과 뭐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도 어색한 것을 자꾸 시도해보면 자신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그런데 하나는 에스프레소가 아닌가?

“너 이거 뭐야?”

설마 아이가 에스프레소를 알고 가져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낯선 이름 아닌가?

"와.. 아빠 에스프레소 좋아하는데. 어떻게 알고 이거 가져왔어?"

“그냥 이모에게 이름이 멋있어서 달라고 했는데요. 전 이제 나가요.”

아들은 바로 나가버렸다. 아들의 얼굴을 살피지 못했다. 하지만 아침에 이걸 먹기에는 다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다시 커피를 부탁하기 위해서 커피 내리는 곳으로 갔다. 커피는 거의 아메리카노 하나에 설탕과 크림이 준비되는데, 여기는 정말 카페처럼 메뉴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들이 당황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레 라테, 카푸치노....

“혹시 좀 전에 우리 아이들이 뭐라고 하며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던가요?”

“그냥 에스프레소 달라고 했는데요. 왜요?”

“아무래도 저를 골탕 먹이려고 한거 같아서요.”

직원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아들이 진짜 이름이 이뻐서 주문한건가? 싶기도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와 막내를 꼬셔서 물었다.

“아빠는 다 알아. 너희~ 아빠 골탕 먹이려고 그랬지?”

막내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더니 결국

“사실은 오빠가 아빠 골탕 먹이자고 그거 시킨 거 맞아요. 아빠 깜짝 놀랄 거라면서요. 오빠가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런데 아빠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아빠는 척하면 알지”

“와~~ 아빠 천재인데요.”

나와보니 아들은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들 게임 그만하지."

그런데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요즘은 난처하면 말 돌리는 것도 수준급이다.

"아빠, 세종대왕이 조선 몇 대 임금인지 알아요?"

"지금 아빠 시험하는 거야? 4대 임금이지?"

"아닌데요."

"그러면 아빠가 아닌가 싶어서 3대? 5대? 인가? 하고 바꿀 줄 알았지? 아빠를 너무 물로 보는데."

"오~~~ 대단하신데요. 내 마음을 다 알고 있어."

"너 요즘 아빠를 이겨보려고 무척 애쓰는구나. 아직은 아빠에게 안될걸..."

초등 5학년인데 사춘기가 오는지 짜증도 많이 내고 시켜서 하는 것에 불만이 많은 편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운전하면서 물었다.

"아빠를 이기고 싶구나?"

"음... 좀"

"아들, 아빠를 언젠가는 이기게 될 거야. 그런데 말이야. 그때가 되면 모든 책임도 이젠 네가 져야 하는 거야."

"왜요?"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위에 선다는 것이고 그러면 잘한 것도 못한 것도 다 네가 감당해야지. 지금은 아빠보다 못하니까 잘못해도 아빠가 책임을 져주는 거지만, 아빠를 넘어서면 벌금이든, 감옥에 가는 것이든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거지. 그게 어른이 되는 거야."

아들은 인정하기 싫지만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순간부터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내는 아들을 보며 점점 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기가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고 싶어 하고, 이제는 아빠를 골탕 먹일 계획도 짜다니...

집에서도 아침식사를 하고나면 아들에게 자주 외치는 편이다.

"아들, 커피 플리즈~~"

앞으로도 그 커피가 온전히 타서 내 손에 오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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