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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Feb 11. 2021

땅으로 내려온 여신에게

아내에게 잘해줘야 하는 이유

 이번 주말은 날씨가 썩 좋지 않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 날씨 핑계를 대고 빙글빙글 방바닥을 굴러다닌다. 나를 쳐다보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는 살벌함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나는 당당하게 우중충한 바깥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아내는 외향적인 사람이다. 주말마다 어딘가를 나가지 않으면 못 견뎌한다. 그 반대로 나는 정말로 나가는걸 귀찮아한다. 정말로 엉덩이가 천근만근 되는 것처럼 일어나기가 너무너무 힘들다. 나는 포옹하려는 내 손을 떨쳐내는 시무룩한 아내를 보다가 문득 내 휴대폰 속 아내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 아내의 얼굴은 무척이나 갸름하고 하얗다. 그리고 말랐다. 아내는 가끔 벌써 5년은 지난 예전 사진을 보면서 그때는 참 예뻤다고 한숨을 쉰다. 나로 인해서 내 아내는 참 많이 바뀌었다.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고 예전보다 더 많이 먹고 그리고 일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원래 만나던 친구들 말고 시골마을 주민들과 더 자주 재밌게 논다.


아내가 바뀐 것은 내가 원인이지만 대부분은 나를 위해서 바뀐 것이다. 나와 함께 하고 싶어서, 나 주려고 손수 만든 밥을 남기기 싫어서 등등.. 아내는 그렇게 결혼을 하고 날 위해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결혼하기 전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도시에서 살 것이라고 말했으며, 요리는 가끔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장생활은 가능하면 계속 이어가자고 말했다. 뻔한 이야기지만 저것들 중에 지금까지 지켜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도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가끔 나 스스로 내가 저질렀던 이런저런 행태를 돌이켜보자면 나도 모르게 아내에 대한 사랑이 식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어디선가 읽었던 이야기에서 인간은 신의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없다고 했었다. 보기만 하면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은 여러 모습으로 사람들한테 온다고 했다. 그러한 신의 모습 중  하나가 바로 아내라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아내이기에 감히 나는 주말에 방바닥에 붙어있을 수도 있고, 밥투정도 할 수 있고, 약속도 어길수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아내는 나를 이뻐했기에 내 옆으로 온 것이지 내가 내 의지로 옆에 둔 것이 아니다. 결국 내가 아내에게 마땅히 잘해야 할 것이다. 자고로 신에게 못하는 인간의 최후란 처참하고 비극적이므로..


오늘은 돌아가면 같이 산책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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