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송이 Feb 12. 2021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3주간의 철봉 도전기

 언젠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하나 본 적이 있다.

한국인이라면 있는 병 아닌 병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그중에 하나가 매일 내가 아픈가를 걱정하고 몸에 건강에 과도할 정도로 집착하는 게 한국인의 특징이란다.


 아닌 게 아니라 나도 비슷한 이유로 늘 아침마다 아내에게 핀잔을 듣곤 한다.

"아니, 무슨 약을 이렇게 많이 먹어요!"

사실 내 나이 정도라면 아직은 건강에 과도하게 집착할 나이가 아닌 건 맞다.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내 몸은 다양한 영양분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매일매일

아침마다 알약을 먹는다. 엽산 한 알, 비타민 한 알, 밀크시슬 두 알...  대충 8알쯤 되려나?

그래도 알약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아니, 내가 저번에 루테인을 안 먹었더니 눈이 막 따끔따끔하고 그랬다니깐?"

그게 기분 탓이었는지 정말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알약을 먹는다. 내 몸은 소중하니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코로나라는 강적을 만났다.

그리고 운동부족에 의한 신체의 변화를 겪고 있었다.

어쩐지 몸이 찌뿌둥하고 나른하며 자꾸만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

하지만 몸이 무거워지는 기분은 기분 탓만은 아니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어언 8달이 지났을 때 나는 전보다 무려 4kg이 붙어있었고 그나마 희미한 흔적이라도 보였던 복근들은 매끈한 지방에 아름답게 묻히고 말았다.

드디어 운동을 할 때가 된 것이다.


 어차피 전문적인 운동을 받는 것은 직장을 다니는 나에게는 꿈같은 일일 뿐이니 홈트레이닝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게으르고 귀찮음이 많은 나에게 좋은 운동의 기준은 너무나 까다로웠다.

첫째,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을 것

두 번째, 복잡한 운동기구를 사용하지 않을 것

세 번째, 남자다운 몸매를 만들어주는 근력 운동일 것

그렇게 운동을 찾다가 마침내 이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종목과 운동방법을 찾았다.

"철봉과 암스트롱 루틴" 곧 영원히 잊지 못할 두 친구들과의 만남이었다.


 먼저 철봉이라는 운동이 많은 공간과 복잡한 운동기구가 필요 없는 것은 대충 알고 있었으나

남자다운 몸매를 만들어주는 운동인지는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나도 처음 할 때는 몰랐다. 하지만 철봉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분들이라면 두 번째 날부터 잘 알게

될 것이다. 어깨와 팔뚝과 가슴 위쪽까지 오는 그 짜릿함이란..


 철봉이라는 운동이 똑같은 동작만을 하다 보니 금방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서 나는 단순히 철봉으로 운동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철봉으로 턱걸이 개수를 늘려보리라

다짐하고 인터넷에 떠도는 암스트롱 루틴에 도전을 했다.

암스트롱 루틴은 턱걸이 개수를 늘리기 위해 최적화되어있는 운동 방법이라는데 핵심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다른 방법으로 본인의 팔힘을 다 짜내어 턱걸이를 하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렇게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철봉 운동은 나에게 많은 교훈을 남겼다.

첫 번째 교훈, 운동 시작 첫 번째 날이 끝나면 손바닥이 벗겨질 것이다.(장갑을 꼭 끼자)

두 번째 교훈, 일주일 동안은 어깨 통증에 시달릴 것이다.(팔 굽혀 펴기와는 비교불가)

세 번째 교훈, 2주를 넘어가면 어깨가 좀 펴진 기분이 든다.

네 번째 교훈, 철봉만으로는 살이 빠지지 않는다.


물론 나쁜 결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운동을 시작하고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인바디를 측정했더니 상체 근육이 증가했다는 감격스러운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팔 굽혀 펴기보다 효과가 좋다.


 코로나에 태풍에 평소에 야외운동을 하던 사람에게는 정말로 지옥 같은 기간이지만

이렇게 실내 운동으로 힘을 내보자. 운동은 잘하느냐 못하느냐 보다도 하는데 의미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땅으로 내려온 여신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