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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Feb 12. 2021

 소소한 일상은 값이 비싼 편이다.

돈을 모으는 이유

 부모님이 물려주신 가장 큰 선물 중 하나는 경제관념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님께서는 우리 삼남매를 기르시면서 불필요한 소비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저축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제나 몸소 실천하셨다. 다행히 우리는 성장함에 따라 철마다 옷을 자주 바꾸게 되는 동안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 아직도 좋은 옷이란 비싼 옷보다는 몸에 잘 맞는 옷이기에 비싼 옷 몇 벌보다는 가격에 맞추어 여러 벌을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내 아내는 그런 것에 많은 부분 이해를 해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결혼할 때부터 지금까지 돈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잘 지내던 아내가 교통사고가 났다. 아내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차는 폐차를 해야 했고 아내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아내가 교통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자마자 우리 부부는 새로운 자동차와 이를 마련하는데 필요한 돈에 대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아직 보험금이 들어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새 차를 무엇으로 하는가 보다도 더 고민을 했던 것은 돈이 얼마나 필요하고 어디서 가져와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 같다. 다행히 차량 보험으로 금전적인 부분이 상당히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제는 어떤 차를 사야 할 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 아내는 한동한은 차를 운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잠깐 동안의 고민이었으나 이러한 사건은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이라는 것이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비싼 것인가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집에 돌아와 아내의 환영을 받으며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일을 하는 동안 아내가 밖에 나가서 필요한 것을 사고 내가 돌아오면 요리해 줄 것들을 고민한 결과인 것이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내와 나 둘 다 아프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 것이 뒷받침되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뒷받침을 다 돈이라는 물질로 환산을 해보면 정말로 소소한 행복이라는 것도 사실 소소하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아내의 길면 길고 짧으면 짧다고 말할 수 있는 일주일간의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들었던 비용은 조금 과장하면 우리가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갈 수 있는 돈이었다. 이는 아내가 천만다행으로 크게 다치지 않았기 때문이었지 만약에 아내가 큰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면 몇 배의 돈이 필요했을 것이다.


 어릴 적 내가 꿈꾸었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이란 나 혼자 소비를 최소화하고 사는 삶이었다.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집, 나 혼자 즐길 수 있는 게임기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할 적당한 수입을 보장할 직업 같은 것들 말이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현실을 보면 사실 이 모든 것들을 위해서는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가 보인다. 집도 돈이고 가구와 전자제품도 돈이고, 내가 즐길 것과 먹을 것들은 모두 돈이다. 집안에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가스비와 전기세는 그 순간 초단위로 나가고 있을 거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Michal Jarmoluk님의 이미지 입니다.

 돈을 모아야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차를 사던지 집을 사던지 혹은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는데 필요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 일지 모른다. 최근까지도 나는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해서 때로는 부끄러움을 느낀 적도 많다. 내가 지향하는 삶에 있어서 돈을 모은다는 것은 어쩐지 욕심 많은 사람으로 인식되거나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비칠까 봐 두려워서였다. 그렇지만 돈을 모으는 것이 내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행동들이라 생각해보면 이제는 생각을 바꿀 때가 된 것 같다.


 어릴 때 돈이라는 것은 능력이었다. 돈이 있으면 원하는 물건을 가질 수 있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도 있었다. 학생이 되어서 돈은 부족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공부에 필요한 책과 컴퓨터, 교복들을 가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 조금 더 자랐을 때 돈은 나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었다. 차를 구매하고 여자 친구를 만나며 여행 다니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었다. 지금에 있어서 돈이란 행복을 지키기 위한 방패다. 소소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서 돈으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강아지의 간식을 사며, 밝은 방과 따뜻한 물이 나오는 집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돈에 목메어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그 누구도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내 앞에 선명한 꿈과 희망이 없을수록 더더욱 돈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소소한 나의 일상이 사실 얼마나 큰 값어치를 지닌 결과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면 내가 지금 돈이 없다고 해도 조금은 덜 슬플 것이다. 지금 당장 아무런 어려움 없이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이미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그리고 그런 소소한 일상을 위해 큰 대가(돈)를 지불하고 있는 사람보다도 행복하다.


 밖에 나가 일을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는 늘어간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해도 가끔은 나 자신이 서글플 때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단지 돈 자체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일을 해야 할 의지가 생긴다. 그렇다. 솔직히 소소한 일상의 가격은 절대 소소한 값이 아니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Werner Heiber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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