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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송이 Feb 13. 2021

돈을 버는 것만 빼고 주식은 좋더라.

아내가 주식에 빠졌다.

 아내가 최근에 주식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라의 코스피 지수 상승이 이 가정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 틀림없다. 때마침 넷플릭스에 나왔던 '개미는 뚠뚠'이라는 TV 프로그램이 굉장히 재밌게 만들어진 탓도 있으리라. 나는 주식이나 펀드에 좋은 기억이 없었던 관계로 아내가 하는 것에서는 사실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다. 아니 괜히 개미는 뚠뚠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억 단위로 날려먹었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불타오르는 의지는 어느덧 아내에게 금융거래를 위한 CMA 계좌를 가능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아내의 평소 성향을 보았을 때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밖에 없다. 기계라면 치를 떨던 아내가 CMA 계좌를 만들다니?


 아내는 내가 예전에 쓰던 CMA 계좌가 아닌 다른 금융기관에 계좌를 팠다. 그냥 보고만 있는데 내가 예전에 쓰던 것보다도 편해 보였다. 아내님의 말씀으로는 그것이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편한 계좌라고 한다. 아내의 모습은 정말로 눈을 비비면 다음 날 더 성장해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내가 주식을 하는 것을 보니 상당히 흥미로웠다. 어차피 아내도 처음 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작은 돈으로 하고, 사는 것에 대해서 서로 공유하기로 했다.


 TV 프로그램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는 기업을 분석하는데 노력을 기울였고, 하나하나씩 주식을 사기로 했다. 정말 아내와 고심 끝에 고민하고 고민해서 한주, 한주씩 구매를 하고 며칠이 지난 뒤에 그래도 아내의 계좌에는 어느덧 구매한 주식의 회사 목록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아내는 구매한 주식을 보면서 보지 않던 각종 회사들의 뉴스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경제에 관련된 뉴스들을 먼저 확인하면서 이런 주식은 어떨까? 저런 주식은 어떨까를 질문하기 시작했다. 주식거래를 시작하기 전의 모습과는 확인히 달라진 모습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주식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아내와 나의 요즘 이야기하는 내용의 많은 부분이 경제에 대한 내용이다. 세상은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어떤 기업들이 앞으로 좋아질 것인지에 대해서 쉼 없이 토론한다. 나는 상상에 근거해서 이야기한다면 아내는 언제나 인터넷에서 본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하니까 토론 자체가 확실히 재밌다. 정보를 찾는 능력은 아내가 위이기 때문에 몇 달 뒤면 내가 아내를 경제에 대해서 스승님으로 모셔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열띤 토론을 하게 되는 것은 비단 아내와 나뿐만은 아니다. 나는 최근 가족들과 대화를 하던 중에 주식 얘기를 살짝 해봤다. 지금까지 가족들과 했던 대화중에서 손꼽히는 열띤 대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역시 세상에서 주식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주식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루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출처: Pixabay - Gerd Altmann]

 누군가 주식을 한다고 하면 나는 걱정부터 앞선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내 앞에서 주식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보통 전문적으로 공부를 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그것도 이론적인 공부와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끊임없이 읽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나에게 누가 주식을 하겠다고 하면 나는 아마도 잃어버려도 꿈에 생각나지 않을 정도만 하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 있게 주식투자가 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면 나는 그 사람을 응원은 해줄지언정 같이 뛰어드는 행동은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산다는 것은 좋은 쪽으로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아내와 그리고 그에 영향을 받은 나는 물건을 보면서 회사를 생각하고 회사를 보면 좋은 회사일까를 고민한다. 우리 주변에 어떤 회사가 있는지 이름도 몰랐던 회사들을 알게 되고,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를 생각한다. 과거에는 그냥 나 혼자 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주식투자를 하고 나서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듯 주식투자는 세상에 대해서 더욱 열린 생각을 가지게 해 주는 좋은 도구다. 물론 가족과의 대화가 늘어나는 것은 덤이다.

세상은 기업들로 구성되어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출처: Pixabay - Free-Photos]

 결과적으로 우리 가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주었던 이유는 돈의 크기에 있었던 것 같다. 투자 규모가 많이 컸다고 한다면 지금쯤 나도 글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트를 보면서 심각하게 머리를 싸매고 있었을 것이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고 했던가. 돈이란 얼마가 되었든 잃으면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래도 개인에게 만원과 백만 원과 천만 원의 차이란 잃어버렸을 때 눈물의 크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주식투자에 대해서 공부할 겸으로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제대로 배우면서 좋은 투자를 하게 되었을 때, 먼 훗날 나도 주식투자는 돈을 벌기에도 매우 좋은 것이라고 하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일단 멋진 도전을 시작하고 나도 동참하게 해 준 아내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얼른 공부를 더 해서 아내의(나는 아직 사지 않았다) 성공적인 투자가 가능하도록 옆에서 보좌해 드려야겠다. 내일은 또 아내와 어떤 주제로 대화를 하게 될지 매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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