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게 굴수록 더 그렇다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이건 어쩌면 장점일수도, 어쩌면 약점일수도 있다.
애매하게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건 사실 좋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건 그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욕심에는 필연적으로 그 사람에게도 기대하는 기댓값이 무의식적으로 반영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같은 것 말이다.
사실 근데 그런건 의미가 없다.
그런 기댓값 의무를 쥐어주는 것 자체가 좋은게 아니라면, 좋은 일을 하고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선의에는 의도가 없어야한다지만 그건 가벼운 선의일때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가 진심이었다면, 상대도 진심임을 바라는게 정말 진심을 마주하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진심은 필연적으로 욕심을 포함하는 개념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가 욕심을 버리는 것이고 그 대상은 외부를 향한다.
외부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행복을 찾는 길이라는 것이다.
동의하는 말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게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어쩌면 내가 정말 진심을 다해서 잘해내야하는 일임에도 이런 무소유의 정신이 가능할까?
진인사대천명과 무소유의 마음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진인사대천명의 마음으로 산다는건 역시 진심을 다해 산다는 뜻이다.
진심이란건 다시,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내가 진심을 다한만큼 상대도 나에게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욕심.
이게 인간관계의 근본적인 괴로움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부여한 욕심, 그러니까 상대방에 대한 기댓값이 상대가 나에게 주는 실제 가치보다 낮다고 느껴질 때 실망을 느낀다.
근본적인 해결은 욕심을 버리는 것인데, 진심이라는 조건과 동시에 작동한다고 생각하면 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건 욕심의 유무가 아니다.
욕심의 유무를 버리는건 진심의 유무를 버리는 것이고, 진심의 유무를 버리는건 자신이 바라고자 하는 삶이나 진정 원하는게 없는 상태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추구하지만 명상해도 명상해도, 노력해도 노력해도 결코 안된다. 나는 너무 잘하고 싶은 진심이 있다.)
욕심의 유무를 통제할 수 없다면 욕심의 양을 조절해야한다.
그러니까 다시 글의 제목으로 돌아와서, 좋은 사람이 되지 말자 따위의 말이 아니다.
좋은 사람이 될 사람의 수를 줄이자는 뜻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건 간단하다.
그건 대부분의 사람에게 '바라는 바'가 없이(기댓값을 부여하지 않고) 그냥 웃어주고 베풀어주면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건 대부분이 아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진심의 기댓값을 부여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진심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건 내 기댓값과 상대의 실제 값을 맞춰가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가장 사랑하고 좋아했던, 진심인 사람을 미워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건 쉽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내 주변의 '애매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건 지옥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내 주변의 '소수의 확실한'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게 인생을 잘사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회사도,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몇 명의 친구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란 말이, 조금은 공감된다.
청춘이란건 진심을 다하기 때문에 아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버리는 순간, 우리는 열정을 잃는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진심을 버리는건 너무 트레이드 오프가 심하다.
그러나 진심은 행복하고 벅차오르지만 동시에, 아프고 슬프고 억울하며 화가난다.
그러니까 진심을 잘 다뤄야 한다.
진심을 잘 부여하고 내가 진심을 준 사람들이 나에게 진심을 다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
그게 가장 이상적인 삶이다.
나는 진심인데, 상대는 진심이 아닌 Plan B가 있다는건 너무 아픈 일이니까.
Elon의 호감을 받으려는 태도 자체가 약점.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거다. 그러니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두 문장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찾은 답.
깨달음과 삶을 사는건 다른거지만, 그래도 잘 살아보길.
Let's go to Vacatio.
자유를 향하여.
(Vacatio는 라틴어로 자유라는 의미다. 우리 회사 이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