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nice U Sep 23. 2024

에필로그

내 인생의 화양연화 미국살이 2년을 기억하다

2024년 8월 1일, 2년간의 휴직을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왔다. 나를 기억하고 환영해 주는 사람, 안 돌아올 줄 알았다며 비아냥대는 사람, 본체만체 무관심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받았다. 다행히 몇몇 사람들이 걱정해 줬던 내 책상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과 같은 불상사는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회사를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내 자리, 내 일은 그대로였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씩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나누며 지난 2년 동안의 시간은 나뿐만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참 치열했고 고단했던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지쳐있었고 나는 다시 힘을 얻고 돌아왔다는 것. 나를 둘러싼 환경은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건 나의 마음가짐뿐이었다.


미국생활을 통해 나는 보다 단단해졌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일상의 반복된 루틴에서 느끼던 지루함, 권태로움, 나태함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 후 돌아와 저녁식사를 준비해 가족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들인지 깨닫게 됐다. 더 이상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들이 아닌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가정, 직장, 교회, 아이들 학교, 지역사회 하나하나 나를 둘러싼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감사함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내 삶의 한순간 한순간을 진심으로 대하면서 나는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닥치게 될 도전과 시련이 마냥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는 능히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미국에서의 지난 2년은 새로운 도전만 한 시간이 아니었다. 지난 40여 년간의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뒤돌아볼 겨를도 없이 계속 앞만 보고 살아가기에 바빴다. 초중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결혼해 아이를 낳고 워킹맘으로서 나는 정말 아등바등 살아왔다. 기쁨도 슬픔도 온전한 내 것으로 소화할 시간이 없었다. 이 삶이라는 기차를 잠시 멈추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나는 미국에 남는 것을 포기하고 한국에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다. 먼 훗날 이 선택에 후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의 선택을 온전히 감내하겠노라고. 그리고 지금까지 막내딸, 아내, 엄마로서 최선을 다한 나의 어깨를 토닥이며, 이제부터는 인생 2막,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이전 29화 피날레를 위한 캐나다 여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