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미국살이를 마무리하다
끝이 있다는 것은 불행인 동시에 축복이다. 우리 인생의 끝에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간의 유한함으로 우리 인생은 더 아름답고 빛나는 것이다. 나의 미국생활 2년도 같은 이치라는 생각을 했다. 2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때는 족쇄가 되고 한계가 되어 답답하고 안타까울 때도 있었지만 반대로 이곳에서의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려 노력하고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 여정의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었다. 남편이 짐정리를 위해 미국으로 와주었고 우리 가족은 가족 재결합을 기념하기 위해 캐나다 여행을 계획했다. 사실은 미국 내 여행을 더하고 싶었으나 7월 한여름의 폭염은 남쪽으로의 여행을 주저하게 만들었고 차선책으로 북쪽 캐나다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제는 낯선 이국 땅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우리 가족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여행인 것이다.
첫 여행지는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 폭포. 우리가 사는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자동차로 약 6시간이 걸린다. 9년 전 미국 쪽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본 이후 두 번째이다. 그때는 우리 아이들이 두 돌즈음이어서 데리고 여행을 다니는 게 참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 아기였던 아이들 때문에 메이드 오브 더 미스트 보트(미국 측 배 이름)를 타보지 못했는데(배에 타면 우비를 입어도 폭포물에 온몸이 젖는다고 해서) 이제 열 살이 되어 어른과 같이 즐길 수 있게 성장해서 같이 배에 오르니 감회가 너무나 새로웠다.
사실 우리가 나이아가라 폭포 필수코스인 시티크루즈(캐나다 측 배 이름)보다 더 만족했던 액티비티는 집라인(Zip Line)이었다. 비용이 좀 비싸고 거리가 짧은 것이 단점이었지만 폭포를 배경으로 가족 4명이 동시에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는 모습을 촬영한 개인별 비디오 파일까지 받을 수 있어서(다 장삿속이지만서도) 이보다 특별한 경험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만족이었다.
두 번째 여행지는 토론토. 로열온타리오 미술관과 토론토대학교를 구경하고 개인 성이었던 카사 로마, 재래시장인 세인트 로렌스 마켓과 쇠락해 가던 상업지구를 카페식당 거리로 탈바꿈시킨 디스틸러리 디스트릭트까지 그리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낯선 곳에서 우리 가족끼리 똘똘 뭉쳐 다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는 북쪽인 것 치고 생각보다 습하고 더워 한낮에 거리를 걷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래도 일생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캐나다 여행인데 관광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위로 짜증을 내는 아이들을 다독이며 캐나다 연방의회와 리도 운하, 바이워드 마켓 등을 둘러봤다. 저녁은 무궁화라는 한국음식점에서 느끼한 속을 달래주었다.
몬트리올에서는 저녁식사를 마친 뒤 산책 삼아 호텔 주변에 있던 몽뜨 로열 공원에 갔다. 가벼운 산책을 생각했는데 꽤 가파른 언덕에 위치해 있어 본의 아니게 등산을 하고 돌아왔다. 우리 가족에겐 박물관보다는 공원이 더 잘 맞는 관광 포인트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날에는 성 요셉 성당과 올드 포트(구 항만)를 구경한 뒤 퀘벡시티로 향했다.
마지막 여행지인 퀘벡시티는 영어 병기가 아닌 오직 프랑스어로만 지명이나 간판이 표시돼 있어 이질적이고 낯설었다. 인공댐 위로 만든 몽모랑시 폭포 출렁다리 위에서 시원한 풍광도 바라보고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쁘띠 샹 플랭 거리도 방문해 도깨비 문 앞에서 사진 촬영도 했다. 한국인(도깨비 드라마를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관광 포인트였기에 다른 관광객들이 평범한 빨간 문 옆에서 왜 사진을 찍는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어 좀 민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자동차로 미국 영토로 들어섰을 때는 나도 모르게 고향(?)에 온 것 같은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다.
캐나다 여행은 미국과 언어나 문화가 크게 다르지 않아 대체로 평이한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으레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돌발 사건사고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토론토에서 주차위반 티켓을 끊은 정도? 우리 가족은 그렇게 2년이나 떨어져 지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시 예전처럼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배려하며 무사히 캐나다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는 이곳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가슴속 깊이 간직한 채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